어수선한 시절 날리고 ‘흥행’을 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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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침체기, 일부 작품 관객몰이

연극 ‘벙커 트릴로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하녀들’(위쪽부터)은 탄탄한 짜임새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영웅’(맨 아래쪽) 공연장에는 역사의식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엠컬처·국립극단·연희단거리패·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하녀들’(위쪽부터)은 탄탄한 짜임새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영웅’(맨 아래쪽) 공연장에는 역사의식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엠컬처·국립극단·연희단거리패·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참호처럼 꾸민 공연장은 99개의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며 ‘ㄷ’자로 배치돼 배우의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귓전을 세게 때리는 총소리는 마치 전쟁터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이석준 박훈 오종혁 등이 출연하는 연극 ‘벙커 트릴로지’다. 이 작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유료 객석 점유율이 평균 80%에 이른다.

 어수선한 정국에,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며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관객들의 발길이 몰려드는 공연이 주목받고 있다. 

  ‘벙커…’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아서 왕의 전설을 녹인 ‘모르가나’, 희랍극 아가멤논을 변주한 ‘아가멤논’, 셰익스피어 비극을 모티브로 다룬 ‘맥베스’ 등 독립된 3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70분간 공연한다. 전쟁의 참상과 광기를 담은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돼 몰입도를 높인다. 제작사인 아이엠컬처의 김민경 실장은 “재관람카드를 만들어 할인해주는데, 출연하는 배우별로 9번 본 경우도 많고 54번이나 본 관객도 있다”라고 말했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지키기 위한 희생과 복수를 다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명동예술극장)은 티켓 대부분이 판매된 상황이다. 2015년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작으로 재공연을 기다렸던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부모의 사랑과 신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선 굵게 그려내 중장년층 남성 관객이 많은 편이다”라고 했다.

 연극 ‘하녀들’(30스튜디오)과 ‘갈매기’(게릴라극장)는 관객들의 요청으로 다음 달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출연하는 ‘하녀들’은 6∼22일 공연됐는데, 보조석까지 합쳐 72석이 꽉 차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에 2월 3일부터 19일까지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 2월 5일까지 공연되는 ‘갈매기’ 역시 젊고 감각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이어져 2월 9일부터 26일까지 연장 공연을 하기로 했다.

 18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영웅’(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이번이 8번째 공연으로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다. 뮤지컬은 현장에서 표를 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촛불집회가 있었던 21일에는 현장 판매가 이어지면서 매진됐고, 이후에도 구매 문의가 계속됐다. 설 연휴에도 좌석 대부분이 찼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많고, 촛불집회 후 함께 오는 중장년층도 상당수여서 커튼콜 때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흔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은 “꾸준히 공연을 보려는 이들은 존재하지만 제작 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 줄고 있다”며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 관객이 몰리면서 이런 작품이 도드라져 보인다”라고 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벙커 트릴로지#조씨고아#하녀들#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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