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섬세한 수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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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52기 도전 4국 10보(111∼122)

 백 ○로 인해 하변 흑 대마는 자체로 살 길이 없다. 밖으로 달아나야 하는데 그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목진석 9단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 내려앉았다. 우선 건드려 볼 수 있는 곳이 흑 11, 13 정도.

 아마추어라면 당연히 참고도 백 1로 끊었을 텐데 이 9단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참고도 백 1은 수읽기의 섬세함이 부족한 수. 사냥감을 보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 철없는 맹수 같다. 노련한 사냥꾼은 사냥감이 달아날 길이 어딘지, 거꾸로 반격당할 여지가 없는지를 확실히 살핀다. 이렇게 조심해도 불의의 반격으로 실패할 확률이 큰데 참고도 백 1같이 직선적 대마 사냥은 오히려 백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참고도를 더 진행해 보면 흑 18까지 서로 대마가 걸린 패가 나는데 백이 불리한 패는 아니지만 굳이 위험한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 실전 백 14부터가 흑의 퇴로를 확실히 막는 사전 공작. 흑이 21로 백 석 점을 잡을 수밖에 없을 때 드디어 백 22(참고도 백 1)로 두어 흑의 연결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이세돌 9단의 침착하고도 정교한 수읽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내부에서 사는 길도 없고 퇴로도 끊긴 하변 흑 대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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