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눈이 아닌 마음으로 느낀 나무의 숨결

  • 동아일보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슈베르트와 나무/고규홍 지음/312쪽·1만6000원/휴머니스트

 ※지난 일주일 동안 203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향나무와 배롱나무가 있었다. 맛있는 앵두와 자두를 선물하는 과실수도 있었다. 나무가 눈앞에서 사라진 건 도시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다. 언제부턴가 나무가 궁금해졌다.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고 기억하고 싶었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함께 나무를 만나는 이야기 ‘슈베르트와 나무’를 마주했을 때도 그랬다. 나무처럼 편안하고 햇살처럼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은 느낌은 감사함으로 이어졌다. 본다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감각을 잊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고규홍 씨와 김예지 씨는 같은 나무를 보고 각자 느낀다. 김 씨는 나무를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인다. 고 씨가 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면 김 씨는 감각을 더해 기억한다.

 나무와 음악이 실은 닮아 있다는 걸 눈이 보이지 않는 김예지 씨가 발견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 나무를 만난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 나무가 더 좋아졌고, 눈이 아닌 몸으로 나무를 만나고 싶어졌다. 한 번쯤 눈을 감고 나무를 안아보고, 나무 잎사귀를 만져보고 나무 기둥에 코를 대보고 싶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나무를 통해 느낀다. 근처 작은 숲에서 날아오는 나무 냄새와 그 나무 위에서 노래하는 새들….

 좋아하는 나무를 생각한다. 나무를 키우는 일은 시간을 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것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 일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다. 나무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커진다. ‘슈베르트와 나무’를 읽고 그 마음이 조금 더 여물고 단단해진 것 같다.

서유경 충남 태안군 태안읍
#슈베르트와 나무#고규홍#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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