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국-정일련씨 “연주단원 이해한 소중한 기회였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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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신작발표회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씨

최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만난 정일련(왼쪽) 김성국 작곡가. 1월부터 국립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 둘은 “단원들과 소통하며 악보 너머에 있는 그들의 고충을 알게 돼 새로운 방식으로 작곡에 접근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극장 제공
최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만난 정일련(왼쪽) 김성국 작곡가. 1월부터 국립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 둘은 “단원들과 소통하며 악보 너머에 있는 그들의 고충을 알게 돼 새로운 방식으로 작곡에 접근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극장 제공
 “수백 년에 걸쳐 여러 나라의 수많은 작곡가가 발달시킨 서양 오케스트라를 국악관현악이 단숨에 따라갈라치면 답이 안 나옵니다. 우리 특성에 맞는 새로운 계통,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정일련 작곡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1월 처음으로 1년 계약의 상주작곡가 2명(김성국 정일련)을 들였다. 연주자들과 작곡가가 소통하는 워크숍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나아갈 방향을 토론했다. 그 결과물인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 공연이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02-2280-4114, www.ntok.go.kr

 “똑같은 악기로 같은 음을 연주해도 연주자마다 본인이 편하도록 고안한 각자의 연주법이 있다는 것을 단원들을 통해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작곡 과정에서 좀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부분이 생겼어요.”(김 작곡가)

 “서양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작곡가와 연주단원이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어요. 그들을 이해할 소중한 시간이었죠.”(정 작곡가)

 김 작곡가가 초연할 작품은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원한 왕국’이다. 그는 “사신도를 보고 서양의 그림과 완전히 다른 색감과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고구려가 동아시아의 중심이 된 배경에는 고유의 힘과 기상이 있었을 것이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눈치 보고 피해의식을 느끼는 지금 상황을 좀 더 진취적인 것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독일에 거주하며 동서양 음악을 넘나드는 정 작곡가는 국악이 실은 실내악에서 출발했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가 이번에 초연하는 ‘센터(Centre)’의 중심 개념이 그것이다. 기존의 악기 배치 방식부터 파격했다. 각 악기군의 솔리스트를 악단 센터에 배치해 실내악처럼 서로의 소리를 면밀히 들으며 연주하도록 했다. 그 뒤를 호위하듯 동일 악기군이 부채꼴로 에워싸 앞에서 이룬 소통이 확산되도록 했다.

  ‘센터’에는 다중 의미가 담겼다. “음의 절약을 통해 ‘라♭-시♭-도’의 3음을 기본으로 삼았는데 그 센터가 시♭이 됩니다. 관객은 몰라줘도 상관없지만 작곡하면서 느끼는 ‘내 재미’를 몇 개 숨겨 뒀어요. 허허.”

 그날 국립극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답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것은 말이 아닌 음표와 소리로 허공을 가를 것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국립극장#김성국#정일련#국립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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