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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배불뚝이 태권브이… 구석에 숨은 로봇 찌빠…

입력 2016-10-18 03:00업데이트 2016-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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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이철 ‘사이보구’전
신이철의 백자토 조각 ‘跆拳珤利(태권보이)’(2016년).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제는 빼곡히 브랜드 화장품 대리점과 카페들로 채워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토요일 오후 금융연수원 건너편의 자그마한 갤러리 ‘아트파크’ 통유리창 앞에 푸른색의 커다란 태권브이 조각상이 서 있었다. 그 곁에 다가온 중국인 여성 관광객 3명이 번갈아 왁자지껄 기념사진을 찍고 떠나갔다. 가슴에 V 대신 하트 표시를 붙인 태권브이의 아랫배는 가슴보다 불룩하게 부풀어 처졌다.

 25일까지 이곳에서 개인전 ‘cyborg-思利寶具(사이보구)’를 여는 신이철 작가(52)는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한 도예가다. 그는 “공예라는 장르는 내게 진작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억압된 틀이었다. 1990년대에는 도자로 만든 햄버거 시리즈를 내놓았다. 흙의 본질을 추구하면서도 당대의 관심에 부합하는 소재를 빚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기점토 ‘로보투지파’(오른쪽)와 ‘구래이투마징거’.
 이번 전시의 소재는 고전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청화백자 제조법으로 만든 태권브이, 철인 캉타우, 로보트 킹, 그랜다이저, 그레이트 마징가 등 캐릭터 조각 작품이 그리스 신의 토르소나 로마 장군의 두상인 양 점잖게 전시실에 도열해 있다. 은퇴한 뒤 배불뚝이가 된 듯한 태권브이의 체형과 한구석에 몰래 숨어든 표정의 1980년대 명랑만화 주인공 ‘로봇 찌빠’가 특히 눈에 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유년 시절의 내게 신화 속 영웅과 다름없던 슈퍼 로봇들이 이제는 현대사회 적응에 실패한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기억 속 그들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다시 빚으면서 ‘영웅’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을 여러 차례 되짚어보게 됐다.” 02-733-8500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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