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총 크기 차이 확연… 쌍둥이 무덤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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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파헤쳐 유물만 챙긴 무덤
국립중앙박물관서 재발굴 조사
중심축도 틀어져… 모자 무덤 추정

국립중앙박물관이 재발굴한 서봉총 남분의 호석. 그 바깥으로 제사용 항아리의 조각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재발굴한 서봉총 남분의 호석. 그 바깥으로 제사용 항아리의 조각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봉황 장식의 금관이 출토된 경북 경주 서봉총(瑞鳳塚)의 두 개의 무덤 크기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봉총이 황남대총과 같은 표형분(瓢形墳·2기의 원형무덤이 서로 붙어 있어 표주박 모양을 닮은 것)이라는 학계의 기존 견해와 다른 조사 결과다. 일각에서는 ‘데이비드총(塚)’으로 불리는 남쪽 무덤(남분·南墳)의 주인공이 북쪽 무덤(북분·北墳)에 묻힌 여성이 낳은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서봉총 재발굴 조사 결과 남분은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며 지름도 약 25m로 북분(41m)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일제강점기인 1926년과 1929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서봉총을 발굴했으나, 봉토 조사 없이 매장주체부에 있는 유물만 수습하고 발굴보고서조차 내지 않았다. 박물관은 서봉총의 구체적인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재발굴에 착수했다.

 박물관은 유구의 양상을 볼 때 북분이 남분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북분의 호석과 봉분 일부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분을 이어 붙인 사실이 주목된다. 연접한 무덤을 축조할 때에는 앞선 무덤의 호석을 건드리지 않고 이어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윤온식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드물지만 경주 쪽샘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며 “서봉총 남분과 북분의 관계를 시사하는 정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과 북분의 중심을 잇는 축이 남북 방향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대표적인 표형분인 황남대총의 경우 남분과 북분의 중심축이 정확히 남북 방향이다. 서봉총의 경우엔 두 무덤의 중심축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틀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학계에선 남분의 크기가 북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데다 중심축이 틀어져 있는 점, 북분의 일부 호석 등을 파괴하면서 남분을 만든 점을 감안할 때 두 무덤의 피장자가 부부처럼 대등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 남분의 지름이 어린아이가 묻힌 금령총의 지름(약 18m)과 비슷한 점을 들어 북분에 묻힌 여성이 낳은 아이가 묻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봉총 북분의 경우 피장자가 대도(大刀)가 아닌 ‘굵은 고리 귀걸이(太環耳飾·태환이식)’를 착용했고 대형 요패(腰佩)를 오른쪽에 차고 있으며 화려한 금관이 출토됐다는 점에서 여성 왕족이 묻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발굴에서는 제사용 큰항아리 12점이 호석 외곽에서 출토됐다. 항아리들이 서로 같은 간격으로 무덤을 빙 두르고 있어 무덤 조성 당시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경주 서봉총#데이비드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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