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조선을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 동아일보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윤내현 지음/280쪽·1만6000원·만권당

고조선 강역을 둘러싼 해묵은 역사 논쟁이 최근 동북아 역사지도 폐기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강단 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 그는 고조선 국경 논쟁의 핵심인 갈석산과 패수의 위치, 여기서 연역되는 한 군현 위치에 대한 주류 사학계의 통설을 전면 부인한다.

저자는 고조선이 단순한 과거사에 그치지 않고 오늘과 내일의 우리를 알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한다. 외래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한민족 고유의 원형질이 고조선에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서구식 민족국가(nation state) 개념이 아닌, 민족 문화의 원형을 고조선에서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에게 고조선은 절대적인 가치에 가깝다. 고조선의 위상을 재평가하는 데 거침이 없다. 예컨대 학계 일각에서 사이비 취급을 하고 있는 북한의 단군릉에 대해서도 무조건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단군릉이 5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북측 주장과 기존의 고고학 증거가 배치되는 데 대해 저자는 연대 측정의 오류 가능성도 인정하지만, 고구려 때 개축 가능성과 고고 자료의 불충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고조선 강역에 대해서는 중국 베이징 근처의 난하부터 시작해 만주와 한반도 전역을 포괄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요동은 특정 강의 동쪽이라는 의미보다는 중국의 동쪽 변방을 지칭한 용어였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고대 당시 요하(遼河)를 난하로 보고 고조선의 서쪽 변경을 주류 학계보다 넓혀 보고 있다. 고대사 논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평양 일대 낙랑군 유적에 대한 주류 학계의 해석 등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윤내현#동북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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