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바들이 많이 달라졌다. 진토닉과 마티니 일색이던 칵테일은 요리와 비교할 만큼 다양하고 독창적인 레시피의 창작 칵테일로, ‘양주’로 통하던 위스키는 ‘싱글 몰트위스키’ 등으로 세분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술에만 그치지 않고 푸드와 페어링을 시도하는 바들이 늘어났다. ‘아저씨’들이 대부분이던 카운터 좌석에는 이제 잘생긴 오빠나 멋진 언니가 앉아 전문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며 한잔하는 풍경, 이것이 최근 우리네 바의 모습이다. 하지만 바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 》
베스트 바 50 선정
아시아 베스트 바 11위에 선정된 앨리스.
그 답을 찾기 위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전문가 100명이 패널로 참가하는 ‘베스트 바 50’은 지난 한 해를 빛낸 국내 최고의 바를 선정하기 위해 시작된 국내 최초 바 설문조사로 미식 전문 매거진 ‘바앤다이닝’이 매년 발표한다. 3회째를 맞이한 올해 발표는 일반인 약 300명이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그 결과 총 400명이 추천한 바는 전국 111곳이었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곳은 지난해 오픈한 ‘앨리스’였다. 뒤를 이어 ‘볼트 +82 청담’, ‘스피크이지 몰타르’, ‘르 챔버’, ‘커피 바 케이’, ‘와이낫’, ‘셜록’, ‘루팡’, ‘더 부즈’, ‘찰스 H’가 톱 10의 영예를 차지했다. 상위 10곳 중 개점한 지 1년이 안 되는 ‘앨리스’와 ‘찰스 H’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작년에도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11위부터 50위까지는 올해 새롭게 선정된 곳이 24곳(48%), 그중에서 오픈 1년 미만의 신생 바가 11곳이었다.
분위기냐, 바텐더냐
루팡의 최규삼 오너 바텐더. 그렇다면 톱 10 바들의 공통된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 그룹과 일반인 그룹 모두 바의 ‘분위기’를 꼽았다. 작년의 베스트 바 1위로 꼽힌 청담동의 ‘르 챔버’는 입구 대신 책장 속의 ‘책’을 눌렀을 때 문이 열리며 클래식하면서도 화려한 공간이 펼쳐진다. 올해의 베스트 바로 선정된 ‘앨리스’는 아담한 꽃집으로 들어가 창고 문을 열면 토끼 머리띠를 한 스페인 아가씨가 은은한 조명의 바 테이블로 안내한다.
‘바텐더의 역량’이 또한 중요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바텐더는 바의 범주를 규정하는 핵심요소다. 인테리어가 안 좋은 바는 있지만 바텐더 없는 바는 있을 수 없다. 전문 바텐더가 있어야 바라고 분류할 수 있다. 그만큼 바에서 바텐더의 역량은 핵심 기술이다. 인테리어가 하드웨어라면 바텐더는 소프트웨어인 셈. 요즘 유명 바들의 테이블은 마치 하나의 무대와도 같다. 바텐더는 술을 팔기보다 무대 건너편의 관객들에게 ‘술’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알코올에 가려졌던 향과 맛을 드러내고 파괴, 변형, 조합, 만남의 세계로 안내한다. 선택은 다양하게
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역시 제일 많은 답은 칵테일과 위스키이다. 위스키 중에서도 싱글 몰트위스키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많고 뒤를 이어 ‘크래프트 칵테일’, 혹은 ‘클래식 칵테일’, ‘창작 칵테일’이라 불리는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드패션드, 모히토, 마티니, 진토닉, 김렛 등 고전적인 칵테일의 인기도 여전하나 그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시그너처 칵테일(그곳의 대표 칵테일)의 인기가 이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 혹여 메뉴판에 적힌 생소한 이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아도 좋다. 그곳의 바텐더를 믿고 본인이 원하는 취향, 알코올의 정도, 지금의 기분을 설명하면 된다. 그것조차 쑥스럽다면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바텐더가 오히려 다양한 질문을 던질 것이고 그는 최선이 담긴 한 잔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드웨어 ‘인테리어’ 소프트웨어 ‘바텐더’ ‘환상의 조합’ 그 곳은… ▼
서울 바, 톱 10
[1] 앨리스
2015년 4월 오픈했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올 3월에는 영국 주류지 ‘드링크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아시아 베스트 바 50’ 11위에 선정됐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5길 47. 오후 7시∼오전 3시
[2] 볼트 +82
주류 리스트와 서비스, 분위기 전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볼트 +82. 전문성 있는 주류 리스트와 뛰어난 호스피탤러티, 분위기 전반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100종이 넘는 싱글 몰트위스키가 있으며 희소성 높은 제품이 많다. 질 좋은 스테이크를 새벽 2시까지 즐길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2길 22. 오후 7시∼오전 4시 [3] 스피크이지 몰타르
1920, 30년대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에서 술집이 아닌 척 위장하며 영업했던 주류 밀매점에서 유래한 ‘스피크이지’ 스타일을 국내에 전파한 주역. 간판이 없지만 찾는 단골과 마니아 고객이 많다.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73-4. 오후 8시∼오후 3시
[4] 르 챔버
르 챔버의 칵테일 챔버뮬. 지난해 ‘베스트 바 50’ 서베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두 명의 오너와 총괄 매니저는 바텐더들의 대회인 ‘월드 클래스’에서 국내 1위를 휩쓴 실력파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5길 42 지하1층. 오후 7시∼오전 3시(일요일은 오전 2시) [5] 커피 바 케이
커피 바 케이의 칵테일 허브 빌리지. 2007년, 정통 클래식바를 표방하며 청담동에 문을 열었고 최근 역삼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구하기 어려운 야마자키 고연산이나 매캘란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포함해 300종이 넘는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517. 오후 7시∼오전 3시 [6] 와이 낫
와이 낫의 클래식한 라스트워드. 매주 한 가지 위스키를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인다. 바텐더의 아지트라 불린다.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상호처럼 와인, 피자, 샐러드, 치킨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1길 17 2층. 오후 8시∼오전 6시(일요일은 오전 5시) [7] 셜록
셜록 홈스와 관련된 메뉴 구성이 흥미롭다. 리볼버 카테고리는 파워풀한 칵테일, 리즈닝 파워(추리력) 카테고리는 창작 칵테일로 구성된다. 시그너처 칵테일인 ‘셜록’은 안개 낀 런던 밤거리를 연상케 한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83길 17. 오후 8시∼오전 3시(일요일 휴무) [8] 루팡
다양한 싱글 몰트위스키와 칵테일 메뉴가 있다. 최규삼 오너 바텐더가 2012년 미도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상쾌한 아니스 향이 나는 칵테일 ‘프레시 브리즈’의 맛보기를 추천한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160길 5. 오후 7시 반∼오전 3시(일요일 휴무) [9] 더 부즈
회원제로 운영되는 더 부즈. 한남동 주택가에 있으며 회원제다. 30세 이하는 출입을 제한하며 SNS에 포스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문 인식으로만 입장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바에 들어간다. 오후 8시∼오전 2시(일요일 휴무) [10] 찰스 H
찰스 H의 칵테일 데저트 문. 여느 호텔 바와는 달리 지하의 벽을 통해 은밀하게 입장할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을 무료로 나눠주는 작은 리셉션 공간을 지나면 압도적이고 화려한 공간이 나타난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후 7시∼오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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