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세무소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연간 소득 1300만 원 미만의 무주택자라 생활보호 대상자란다.”
1994년 발간 첫해에만 50만부가 팔렸고 지금까지 52쇄를 찍은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 씨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이다.
최 씨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업 작가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했다.
그는 ‘먹고살만한’ 작가의 조건에 대해 “한국에서 작가를 해서 생활이 되려면 1~2년에 한 번 책을 내고 그 책이 2만부는 나가야 된다. 2만부가 나가면 작가한테 돌아오는 것이 한 2000만 원”이라며 “한 권 당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는다. 그것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는 평론가들에게 문학성을 인정받아서 문학상을 타는 것이다. 5000만 원, 1억 원을 주는 상도 있다고 들었다. 제가 받은 상은 딱 하나인데 10년 전 ‘돼지들에게’라는 시집으로 그 상을 탔고 상금이 1000만 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한국에서 작가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다른 길을 가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 10년 전부터 계속 했다. 그 때부터 생활이 안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작품이 많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어 제작비 부담 때문에 인세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중간 마진을 아주 많이 먹는다고 들었다. 서점에 진열되기까지 몇 단계가 있는데, 유통과정에서 계속 이게 붙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경사’에 국민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최 씨는 “상을 타지 않았다고 훌륭하지 않은 작품은 아니다. 예술 작품은 시험지 점수 매기듯이 점수를 매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향이 다 다를 뿐”이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최 씨는 “사람들이 한 영화에 100만 명이 몰려가더라”며 “영화의 시대가 되고 나서 더 심해졌는데 최근 10년간은 거의 원고청탁이 없다. 작년에 청탁이 와서 쓴 글이 단 두 꼭지고 올해는 지금까지 단 한 꼭지를 썼다. 이런 한국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좀 알고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만으로 벌어들인 연수입은 평균 1255만 원으로 나타났다. 문학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214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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