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창훈 “내년 산울림 40주년… 이제 나만의 음악 만들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3시 00분


4년만에 음악활동 재개 김창훈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러볼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김창훈.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러볼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김창훈.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77년. 펄펄 끓는 청춘이 가요계에 넘쳐 들어온 해.

제1회 대학가요제가 열렸다. 20대 삼형제 그룹 산울림의 1집(‘아니 벌써’)이 나왔다. 주류 음악계에 찬물을 끼얹은 두 장면에 한 사람이 겹친다.

김창훈(60). 첫 대학가요제 대상 곡인 ‘나 어떡해’를 그가 지었다. 산울림의 둘째로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산울림 노래 다수는 김창완이 썼지만 ‘회상’ ‘산할아버지’ ‘독백’ ‘초야’ ‘내 마음(내 마음은 황무지)’ ‘무녀도’는 김창훈의 곡이다. 김완선의 ‘오늘밤’ ‘나홀로 뜰 앞에서’도.

김창훈이 4년 만에 음악 활동을 재개했다. 10월쯤 4집 ‘호접몽’(가제)을 낼 계획이다. 최근 낸 싱글 ‘어머니’(QR코드)와 ‘흑석동’이 그 신호탄. 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음반사 사무실에서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그를 만났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저희 삼형제가 자란 곳, 해외에 사는 제겐 고향, 조국과 같은 곳이에요.”

김창훈은 김완선의 성공을 뒤로하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CJ푸드 미국지사에서 일하다 재작년 퇴사해 요즘은 컨설팅 일로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를 오가며 산다. “조직 생활 그만두니 아침에 일찍 출근할 일이 없죠. 새벽 두세 시라도 뭔가 떠오르면 밤샘 작업을 할 수 있으니 음악 하기에 아주 좋아졌어요.”

2012년 3집 ‘행복이 보낸 편지’ 이후 3년간 음악을 푹 쉬던 그에게 불꽃을 튀긴 건 다시 산울림이었다. “내년이 산울림 데뷔 40주년이에요. ‘옛날 음악에 안주할 수 없다. 현재진행형인 상태로 다시 팬들을 만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2월 귀국 때 형(김창완)이 김창완밴드의 신곡 ‘시간’을 들려줬어요. 격려이자 각성의 순간이었죠.”

김창훈의 두 신곡 뮤직비디오는 다큐멘터리다. ‘흑석동’엔 흑석동, ‘어머니’엔 산울림 삼형제 어머니의 실제 일상이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이날 그가 기자에게 들려준 다른 신곡들은 김창훈의 음악세계가 새로 열린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슴이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하고 아우성치는 ‘사운드 오브 러브’는 폭발하는 젊음의 사랑을 탄 로큰롤. ‘아버지’란 곡도 있고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임진강’, 세월호 사고를 다룬 ‘서쪽바다’도 있다.

“예전엔 ‘이건 형이 부르면 좋겠는데…’ 하고 곡을 쓴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달라요. 제 목소리와 창법에 맞는 곡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살던 흑석동을 지난해 근 45년 만에 다시 찾았다. 모친이 서초구 방배동에서 흑석동으로 다시 이사했기 때문이다. ‘아,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었구나/지금 생각해보니’로 덤덤히 시작한 ‘흑석동’은 ‘우, 웃으며 보냈네/그게 마지막인 줄 모르고’에 닿아 몰아친다.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 흘려보내는 인생의 찰나들…. 매일의 일상도 지나고 보면 뼈아픈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 보이네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산울림#김창훈#흑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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