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남북조 400년, 중국문명은 南으로 이동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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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중국사 남북조/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조성우 옮김/556쪽·너머북스·3만 원

“베이팡런(北方人), 난팡런(南方人).”

지난해 중국 출장에서 자주 들었던 단어 중 하나다. 동북지방에서 만난 중국인에게 음식 맛을 칭찬하자, 그는 남방 요리와 자세히 비교하며 북방 요리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뒤이어 “북방 사람들은 남방과 달리 남자답고 시원시원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황허(黃河) 중심의 북방과 양쯔(揚子) 강 중심의 남방은 사람들의 외모부터 성향, 생활풍습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 중국에서 남방과 북방의 색다른 문화적 배경이 이른바 위진남북조 시대와 깊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사 전공 교수인 저자는 아예 책 제목에서 위진을 떼버리고 ‘남북조(the northern and southern dynasties)’라고 했다. 후한이 멸망하고 수·당이 중국을 재통일하기까지 400년을 남북조로 통칭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왕조가 점멸한 분열기인 이 시대를 저자가 남북의 틀로 해석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기간 이민족의 침략으로 한족 상당수가 북방에서 남방으로 이주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적 스펙트럼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족들은 남방의 산간오지를 농토로 개척하면서 중국의 경제 기반을 확충했다. 이것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찬란한 귀족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남방의 풍부한 곡물을 북방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수나라 양제가 만든 대수로는 중국 대륙 통일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특히 저자는 남북조 시대에서 북방 유목민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한족이 세운 수·당 왕조는 서기 5, 6세기 이민족들이 북방에 세운 북위, 북주, 북제의 제도와 관행을 대거 흡수했다는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하버드 중국사 남북조#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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