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김수현劇… 초반이라 그래! 그런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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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다. 대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김수현 드라마’의 대표적인 클리셰로 꼽힌다. SBS 제공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다. 대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김수현 드라마’의 대표적인 클리셰로 꼽힌다. SBS 제공
김수현 작가(73)의 40여 년 드라마 인생을 통틀어 이처럼 반응이 미지근했던 적이 있었을까. 지난달 시작한 김 작가의 SBS 주말극 ‘그래, 그런 거야’ 얘기다. 이 드라마는 10회를 넘긴 현재까지 시청률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편성 시간대가 불리하긴 하다. 동시간대에 지상파 경쟁 채널에는 시청률 20∼30%대 드라마가 있었고, 최근에는 케이블의 금토 드라마인 tvN ‘시그널’이 화제를 모았다.

○ ‘시청률 제조기’ 작가의 부진, 왜?

하지만 작가의 명성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맞다. 특히 트렌드를 이끄는 20∼40대 시청률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이유가 뭘까.

“변하지 않는다.” “시청자를 가르치려 한다.” “‘꼰대’ 같다.”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출되는 김수현 드라마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이번 드라마는 이 요소들이 집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 그런 거야’는 중산층 3대 가족의 이야기다. 주요 출연자는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송승환 김해숙 임예진 조한선 남규리 등 이른바 ‘김수현 사단’으로 묶이는 배우들이다. 몇몇 젊은 배우를 제외하고 이런 구성과 출연진은 김 작가의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2010년) ‘엄마가 뿔났다’(2008년) ‘부모님 전상서’(2004년)와 닮았다.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 집안의 어른으로 나오는 이순재-강부자 커플은 20년 전 방영된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도 부부였다. 한 누리꾼은 SNS에 “자신들이 죽은지도 모르는 ‘귀신’들이 대가족 흉내를 내는 것 같다”는 혹평을 남겼다.

연출 스타일도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울깍쟁이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 톤은 여전하고, 세상살이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도 풍성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나이 든 배우가 김수현 작가 식의 따발총 대사를 할 때 젊은 시청자는 피곤하다고 느낄 수 있다. 변하는 트렌드에서 노(老)작가가 본인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뒷심 발휘할 것” vs “화제성에선 한계”


하지만 여전히 ‘김수현 드라마’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3∼4% 남짓한 첫 회 시청률에 비해 현재는 2배 이상 올랐다. 드라마 관계자는 “원래 김수현 드라마는 중반부터 힘을 발휘했다. 60부작으로 이야기가 많이 남은 만큼 뒷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에 정덕현 드라마평론가는 “김수현 식 화법에 익숙한 중장년층 덕분에 기본은 하겠지만 화제성에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법과 형식이 비슷해도 김수현 드라마는 시대적 화두를 탁월하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그는 동성애, 전업주부의 안식년,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이야기 등을 드라마에 담았다.

작가는 ‘그래, 그런 거야’에서 고령화사회를 배경으로 죽음을 앞두었거나 가족의 죽음 이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직업관도 다루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제목처럼 이번 드라마에선 관조하고 달관하는 태도가 늘었다.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에게 가볍지 않은 주제를 어떻게 전달할지가 향후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별 5개 만점)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그래 그런거야#김수현#sbs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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