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만한 속편 없다더니… 빈약한 콘텐츠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와호장룡: 운명의 검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전편 ‘와호장룡’의 20여 년 뒤를 다룬다. 수련 외에도 설병(나타샤 류 보르디초)과 철방(해리 셤 주니어) 등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화면 캡처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전편 ‘와호장룡’의 20여 년 뒤를 다룬다. 수련 외에도 설병(나타샤 류 보르디초)과 철방(해리 셤 주니어) 등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화면 캡처
용도, 호랑이도 속편 징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26일 오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와호장룡: 운명의 검’ 얘기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전설 중의 전설로 꼽히는 ‘와호장룡’(2000년)의 속편이라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운명의 검’이었다. 수련 역의 양쯔충(楊紫瓊)이 전편에 이어 출연하고, 무협 액션의 일인자로 꼽히는 전쯔단(甄子丹)이 함께 주연을 맡았다. 역시 무협 연출의 대가이자 전편의 무술감독이었던 위안허핑(袁和平)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를 보여준다. 대나무 숲에서 펼쳐지는 우아한 경공 장면이나 번뇌를 끊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성찰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강호(江湖)를 무술세계(martial world)로, 청명검(靑冥劍)을 녹색운명(the green destiny)으로 표현하는 영어 대사와, 컴퓨터그래픽으로 검과 검의 부딪침을 그려낸 액션 장면, 권선징악 단 네 자로 정리될 수 있는 단순한 줄거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영어로는 그 세계를 제대로 담을 수 없기에 중국어 대사를 고집했고 전통적인 와이어 액션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영화를 창조해냈던 리안 감독이 이 영화를 봤다면 분명 책상을 20분간 두드리며 분노하지 않았을까.

물론 다양한 인물이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이는 객잔에서의 패싸움이나 살얼음이 언 호수 위에서의 대결 등 화려한 액션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중국 현지 대신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탓인지 영화는 어딘가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고, 서부영화의 문법을 가져온 장면도 여럿 눈에 띈다. 한마디로 서구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본질을 놓치고 실패했다는 얘기다.

‘운명의 검’은 지난달 19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했지만 첫 주말에 흥행 수익 28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6일 미국 극장에서도 개봉하려 했지만 현지 극장들이 온라인 공개와 동시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데 반발해 상영을 거부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상태다. 자체 제작 영화의 극장 개봉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아마도 ‘운명의 검’으로 중국권 시장 공략과 극장 흥행을 동시에 노린 듯하지만….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의 완성도야!”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와호장룡#속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