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대결’ 이세돌 9단 “아직은 인간이 우세하다고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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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열리는 한국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결은 제한시간 2시간에 덤 7집반으로 치러진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이 9단과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세부 규칙을 밝혔다. 대국은 9, 10, 12, 13, 15일 다섯 번 열리며 각 오후 1시부터 시작한다. 하사비스 대표는 “이 9단과 충분한 협의 끝에 대국 조건을 정했다”며 “대국장은 인간 프로기사와 두는 조건과 가장 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덤과 계가 방식은 중국룰에 따르기로 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딥마인드를 18개월 간 중국룰로 훈련시켰기 때문에 한국기사와 대결하지만 불가피하게 중국룰을 이용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운영되며 한국 대국장에는 모니터가 설치돼 딥마인드가 착수하면 인간이 대신 돌을 놓는다. 대신 착수할 인물로는 딥마인드 개발팀원으로 아마 6단 실력의 아자 황(대만계 영국인)이 정해졌다.

이 9단은 “아직은 인간이 우세하다고 보기 때문에 대국 조건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딥마인드를 4대1이나 5대0으로 이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9단은 “딥마인드가 지난해 10월 중국 판후이 2단과 대결할 때는 저와 승부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계속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동안 실력이 빨리 늘었다고 해도 시간적 한계가 있어 저와 덤 없이 선으로 두는 실력 정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또 “매일 잠들기 전 1시간 정도 딥마인드의 기보를 보며 머리 속에서 가상 대국을 두는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알파고가 스스로 바둑을 이기는 법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획기적 발전을 의미한다”며 “승패를 떠나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이 9단과의 대결을 통해 딥마인드가 더 많은 학습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알파고에 사용된 방법이 바둑 뿐 아니라 기후변화 모델링이나 복집한 질환 치료 등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또 하나는 서양에 바둑이라는 좋은 게임이 많이 보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국은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면 영어 해설은 일본에서 활약한 미국 프로기사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이 맡는다. 한국에서도 KBS, 바둑TV와 바둑사이트인 사이버오로 등에서 중계한다.

대국 상금은 100만 달러이며 별도로 대국료(대국당 2만 달러) 승리수당(대국당 3만 달러)를 준다. 이 9단이 5판을 모두 이기면 125만 달러를 받는다. 알파고가 이길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단체에 기부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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