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최소 10만년 전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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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엄지발가락 뼈 사진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엄지발가락 뼈 사진
16세기부터 유럽 왕가와 결혼동맹을 통해 영토와 영향력을 확장해온 합스부르크 왕가에는 “힘센 자들이여, 전쟁을 하라. 행복한 오스트리아는 결혼할지니. 그들에게는 마르스가, 우리에게는 비너스가 있다”라는 격언이 전해져온다. 로마신화에서 마르스는 전쟁의 신, 비너스는 사랑의 신이다. 이렇게 전쟁이 아닌 결혼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전통이 10만 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진화인류학 연구팀이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산맥 동굴에서 출토된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엄지 발가락뼈 유전자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짝짓기가 이미 10만 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7일 보도했다. 세르게이 카스텔라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화석의 유전자 가운데 21번 염색체에서 인간 유전자의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진을 이를 토대로 이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10만 년 전쯤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한 네안데르탈인 무리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동한 현생인류 간 짝짓기의 결과 이 여성의 조상이 태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계에선 한동안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현생인류가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을 거쳐 유라시아로 넘어오면서 그곳의 터줏대감 격이었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생각했다. 대규모 무력충돌을 염두에 두고 ‘인종학살’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에는 짝짓기가 불가능해 같은 종이 아니다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가설은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지도가 완성돼 현생인류의 유전자의 1~4%가량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이 밝혀지면서 무너졌다. 이어 중동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특징을 공유하는 유골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양 인류가 전쟁만 한 게 아니라 사랑도 나눴음이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그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10만 년 전쯤에 이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8만~12만 년 전 치아(47개) 화석이 현생인류의 것과 동일하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현생인류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점이 기존에 알려진 6만 년 전보다 4만 년은 더 이르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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