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9기 국수전… 평명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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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 조한승 9단
도전자결정전 1국 총보(1∼217)

이 바둑은 조한승 9단이 어떻게 이기는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평명(平明)류’라는 별명을 가졌던 일본의 다카가와 가쿠 9단은 평범하면서도 유연한 수법으로 본인방전을 9연패해 ‘평명류’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 9단 역시 노림수가 강하거나 발이 빠르거나 끝까지 버티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 반상의 흐름을 따라간다. 높은 곳에 오르다 잠시 쉬어 경치를 바라보는 느낌. 한가로이 시내에 발 담그고 ‘어, 시원하다’고 감탄하는 느낌. 그래서 뒤쫓는 상대로선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끝끝내 간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초반 우세를 잡으면 끝까지 유지하는 조 9단의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반 백에게 한 번 기회가 있었다. 참고도 백 1, 흑 2 때 백 3으로 치받은 뒤 백 11에 두면 좌변 흑을 몰아칠 수 있었다. ‘가’의 끼움이 있어 흑의 운신이 생각보다 불편했다. 하지만 실전에선 ‘나’로 후퇴하는 바람에 공격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공격의 화신으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의 평소 기풍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엔 조 9단의 완벽 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31=9, 33=16, 187=179. 217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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