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출판사 모여 그림 동화책 함께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단독 제작땐 권당 30만원… 6만원으로 뚝

7개국 출판사가 함께 만든 그림동화책 ‘레베카의 작은 극장’은 연극 무대처럼 만들어져 입체감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 보림출판사 제공
7개국 출판사가 함께 만든 그림동화책 ‘레베카의 작은 극장’은 연극 무대처럼 만들어져 입체감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 보림출판사 제공
그림동화책 한 권을 출간하기 위해 7개 국가의 출판사가 모인다?

출판계에 따르면 그림동화책이 갈수록 고급화되면서 제작비가 올라 소량을 찍어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에 여러 나라의 출판사가 모여 책을 대량으로 제작해 제작비를 낮추는 ‘국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발간된 그림동화책 ‘레베카의 작은 극장’(보림출판)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작품이다. 작가가 20년간 써온 19권의 그림책 주인공들을 내세워 매 페이지의 장면이 입체감 넘치는 연극 무대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책은 각 페이지 속 인물들과 집, 거리는 물론이고 1mm 지름의 나뭇가지 하나까지 레이저로 종이를 잘라내는 ‘페이퍼 커팅’ 기법이 사용됐다. 책을 펼치면 인물들과 배경이 입체적으로 배치돼 원근감과 화려함을 준다.

이처럼 그림동화책이 고급화되면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레베카…’의 경우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다 보니 개별 출판사가 제작하면 책 만드는 비용만 권당 15만 원 이상, 마케팅과 물류비 등이 더해지면 판매가가 30만 원에 이른다. 프랑스 아셰트 출판사는 지난해 초 한국, 이탈리아, 일본, 독일 등 총 7개 나라의 출판사들을 모집해 함께 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책의 최종 판매가는 국내의 경우 6만 원으로 정해졌다.

5개국 출판사들이 참여한 ‘파리에서 보낸 하루’는 명암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보림출판사 제공
5개국 출판사들이 참여한 ‘파리에서 보낸 하루’는 명암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보림출판사 제공
최근 발간된 ‘파리에서 보낸 하루’ 역시 5개 국가의 출판사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나무들의 밤’의 경우 10개국 출판사가 함께 제작했다. 매 페이지가 실크스크린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수작업이 필수였다. 인도의 타라 출판사는 자체적으로 만들 경우 판매가가 20만 원을 넘게 된다고 보고 10개국 출판사를 모은 것이다.

보림출판사 박은덕 편집장은 “고급 그림동화책 제작은 ‘코에디션(co-edition)’, 즉 함께 모여서 제작하는 것이 요즘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출판사들이 각자의 언어에 맞게 편집을 일부 수정하거나 독자가 선호할 표지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림동화책을 공동 작업하면서 고가로 제작할까? 그림동화책이 더 이상 아동들만 보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동화책을 보는 성인 시장이 커졌다는 게 출판계의 진단이다. 서울 연남동 ‘피노키오’ 등 어른 취향의 고급 동화책을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도 생겼다. 30, 40대 여성 독자들은 고급 재질과 수제 제본으로 제작돼 5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 동화책을 예술성 높은 오브제처럼 소장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동화책#출판사#코에디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