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골라주는 여자’ 모여…좋은 책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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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라주는 여자’ 셋이 모였다. 충북 괴산군에서 ‘숲 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 대표(51), 박정남 교보문고 상품지원단 구매팀 과장(37), 오서현 일산 한양문고 과장(31)은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북 큐레이터. 장르를 망라해 책을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은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렸다. 1400여개 매장을 가진 일본 쓰타야 서점은 주제에 맞는 책들을 모아 배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인 이들은 ‘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폭풍 수다를 쏟아냈다. 일산 마두점장인 오 과장은 서점에 책을 들여 놓는 ‘입고 작업’을 손수 챙긴다고 말했다.

“보통 막내 직원이 하는 일이지만 저는 꼭 같이 해요. 들어오는 모든 책을 직접 보지 않으면 감이 떨어지거든요.”(오 과장)

박 과장은 항상 책 두 권을 갖고 다닌다. 그는 “가볍게 쓱쓱 읽히는 책은 아침용, 묵직하게 집중해야 하는 책은 저녁용”이라며 “숄더백마다 끈이 다 늘어져 있다”며 웃었다.

도서관 사서로 10년간 일하다 2014년 남편(김병록 씨)과 함께 작은 책방을 차린 백 대표는 “시골에 있다보니 책 검색의 달인이 됐다”고 말했다.

“책을 직접 못 보니까 답답해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청주의 큰 서점에도 수시로 가요. 한 달에 50~60권쯤 읽어요. 우리 서점은 가족이 힐링하러 많이 오기 때문에 자연, 여행, 가족을 소재로 한 에세이를 많이 배치해요.”(백 대표)

이들은 책을 볼 때 표지와 저자, 출판사는 기본이고 목차를 특히 꼼꼼하게 살핀다.

“편집자의 고뇌가 응축돼 있는 목차에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박 과장)

좋은 책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읽은 이의 추천.

“대만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지미 리아오의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을 지인이 추천했는데, 금세 우리 책방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대만판 ‘소나기’인 이 책은 그림이 환상적으로 예쁜데다 어른에게는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청소년은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어요.”(백 대표)

사회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과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자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 과장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집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보면 트렌드가 보인다. 요리책이 홍수를 이루다 최근 집을 다룬 책이 늘어난 건 대중의 관심이 요리에서 집으로 옮겨갔다는 걸 의미한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명리’와 같은 역학 책이 인기를 끄는 건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역학 책 옆에 운명을 다룬 인문학 책, 풍수지리 인테리어, 유전자를 분석한 과학책을 같이 둬요. 운명을 개척하는 책도 살짝 곁들이고요.”(오 과장)

이들은 사람들이 책을 ‘갖고 놀게’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쉽게 읽히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해요. 삶을 변화시키는 책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백 대표)

“힘들어 미칠 것 같을 때 책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절박한 이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오 과장)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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