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내는 그림편지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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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2월 1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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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흰 수단(Soutane·상하의가 통으로 된 긴 치마 모양의 옷)을 입은 모습만 본 한 유치원생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 하고 물었다.

“교황님은 그 옷밖에 없으세요?”선생님은 교황이 상황에 따라 어떤 옷을 입는지 설명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가 교황님에게 새 옷을 만들어 드릴까?”

아이들은 교황님께 더 멋지고 편한 옷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며 스케치북을 펼쳤다.
꼬물꼬물 고사리 같은 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기상천외한 옷을 입은 교황의 아바타가 쏟아져 나왔다. 그림 옆에는 삐뚤빼뚤 편지 글도 썼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편지’를 바티칸으로 보냈다. 편지를 받아본 교황은 비서관을 통해 감사의 답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교황과 아이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책이 나왔다.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가 그 것. 이유출판이 펴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아이들이 보내는 그림편지’라는 부제가 붙었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에선 천진하면서도 사려 깊은 아이들의 속마음이 묻어난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 ‘교황님, 어떻게 지내세요?’에서 아이들은 평소 교황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낸다. ‘왜 하얀 옷을 입으세요?’ ‘왜 반지를 꼈어요?’ ‘어디 어디 나라에 다녀오셨어요?’ ‘어떻게 우리나라에 오셨어요?’ ‘나이가 몇 살이세요?’ ‘어떤 놀이를 좋아하세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속에는 교황을 친구처럼 좋아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읽힌다.

두 번째 장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에서는 아이들이 새롭게 디자인한 옷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션쇼’가 펼쳐진다. 흰색 수단에 알록달록 색깔이 입혀지기도 하고 축구 유니폼과 광대 옷, 요리사 옷, 의사 옷 등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기발한 옷들이 입 꼬리를 올라가게 한다.

세 번째 장 ‘교황님, 우리랑 놀아요’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준 멋진 옷을 입은 교황과 함께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아이들이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실렸다. 함께 축구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슬퍼하는 사람이 없나 살피는 등 마치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는 히어로 같은 교황의 모습이 담겨있다.

책의 말미에는 아이들의 마음에 감명한 교황의 답장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실려 있다.

이 책을 기획한 건축가 이민 씨가 아이들의 그림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아이들의 디테일한 심리를 포착하여 감상의 폭을 넓혀 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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