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Daddy’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가족 3대가 모두 싸이 얼굴이다.YG엔터테인먼트 제공
[Q] 가수 싸이의 신곡 ‘Daddy’ 뮤직비디오를 재밌게 봤습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외국 사람들도 재밌다는 것 같고 조회 수도 많이 나오던데 미국 타임지에선 ‘2015 최악의 노래’ 중 하나로 뽑았다고요. 싸이가 세계를 노린 개그 코드로 ‘아빠’를 택한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타임은 ‘Top 10 Everything of 해당연도’를 매년 12월 초 공개합니다. ‘최고의 영화 10편’ ‘최악의 영화 10편’ ‘최고의 노래 10곡’ ‘최악의 노래 10곡’ 같은 리스트들은 타임지의 권위 덕에 늘 세계인의 관심을 받습니다.
‘Daddy’는 ‘2015 최악의 노래 10곡’ 부문에서 4위에 올랐습니다. 날짜가 기막힙니다. 타임의 이 리스트 발표 일자도, 싸이의 ‘Daddy’ 발표 날짜도 12월 1일. 타임이 미리 짜 둔 리스트의 10곡에서 뭔가 1곡을 빼고 그 자리에 바로 그날 발표된 ‘Daddy’를 넣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무리 노래가 별로였다고 해도 권위지 타임인데. 이래도 되는 걸까요.
그래도 될 겁니다. 타임 마음이니까요. 매년 이맘때면 수많은 매체에서 ‘2015 최고의 ×× 100’ ‘2015 최악의 ×× 10’이 쏟아집니다. 목록을 보다 보면 겹치는 작품도 있지만 영 색다른 답안도 많아 재밌습니다. SNS로 공유하면서 못 접한 작품을 챙겨서 듣고 보는 이도 많습니다. 리스트 좀 만들어 본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말합니다. “연말 결산 리스트의 한 축은 매체의 권위와 의무감이지만 다른 한 축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리스트 자체로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Daddy’는 많은 주목을 끌 수 있는 콘텐츠였으니 엔터테인먼트의 관점에서 괜찮은 선택일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배경과는 별개로 타임지의 음악적 평에는 공감하는 바입니다.”
‘Daddy’에 대한 타임의 ‘선정의 변’은 이렇습니다. “괴상하게 웃기는 몸 개그 비디오 빼면 남는 거라곤 그게 그거인 댄스곡과 독창성 없는 가사뿐. ‘넌 나의 카레/난 너의 밥이 될게’라고? 호의는 고맙지만 배 안 고파요.”
근데 왜 싸이는 세계에 ‘아빠’ 얘기를 들이민 걸까요. 3년 전, ‘강남스타일’과 말춤에 가장 열광했던 이들이 꼬마 친구들이었죠. 전 세계 꼬마들이 그 아빠들과 말춤 추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Daddy’의 핵심 반복 구절은 ‘I got it from my DADDY’. ‘그 몸매 어디서 난 거니?’란 여성 그룹 2NE1 멤버 CL의 물음에 답하는 겁니다. ‘울 아빠한테서!’ 뮤직비디오에선 갓난아기-유치원생-아버지-할아버지까지 한 가족이 다 싸이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를 자연스레 포괄할 웃음 코드가 가사부터 영상까지 관통합니다.
더욱이 싸이한테 아버지는 늘 중요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노고에 감사하는 뭉클한 발라드 ‘아버지’를 낸 적 있습니다. 국내 금융 상품 광고에도 쓰였죠. 싸이는 올 3월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까지 덧댄 ‘아버지’의 중국어 버전을 공개해 중국 차트 1위도 차지했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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