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먹방’ 넘쳐나는 세상, 지겹지 않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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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쇼쇼쇼/스티븐 풀 지음·정서진 옮김/288쪽·1만5000원·따비

제목을 보고 유명 맛집 정보나 그럴듯한 음식 사진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이 책의 부제에 담겨 있다.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문화 파헤치기’.

영국인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설명하는 ‘음식의 시대’는 이렇다. ‘요리 프로그램이 텔레비전 편성표에 넘쳐나고, 요리책이 서점 판매대를 짓누르며, 유명 요리사들은 자신이 만든 기이한 민스파이(말린 과일을 넣은 작은 파이)나 청동틀로 만든 파스타에 상표를 붙여 슈퍼마켓에 팔아 댄다. (중략) 엄청나게 비싼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진지한 잡지와 신문의 인물 섹션에 마치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듯 소개된다.’

이건 TV프로그램에 ‘쿡방(요리 프로그램)’과 ‘먹방(먹는 방송)’이 넘쳐나고 셰프들이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맛집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일상이 된 한국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음식에 대한 강박 혹은 숭배 현상이 지금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 것 같아 통쾌하다.

저자는 음식의 준비와 소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을 ‘푸디즘(foodism)’으로, 그런 세계관의 추종자들을 ‘푸디스트(foodist)’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이 푸디즘은 건강식품에 집착하는 오소렉시아(Orthorexia)와 함께 음식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 불필요한 허영과 집착을 부추긴다.

물론 소박한 한 끼의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때 기쁨까지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책은 음식이 생존과 나눔보다 과시와 차별의 수단이 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계기를 제공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쿡방#먹방#미식 쇼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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