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베레스트’는 1996년 한 상업 등반대가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 도중 악천후를 만나 결국 대원 일부가 사망했던 실화를 다뤘다. 호호호비치 제공
대기 중 산소의 양은 해수면의 3분의 1. 영하 40도의 추위와 강풍이 닥쳐온다. 열 발자국도 걷지 못해 휴식을 취해야 하고, 고산병으로 인한 두통과 무기력증, 구토, 판단력 저하를 겪는다. 에베레스트는 그런 곳이다. 정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죽음도 가까워지는 곳.
24일 개봉하는 영화 ‘에베레스트’(12세 이상)는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고를 담은 영화다. 잡지 기자로 등반대에 동행했고, 정상을 밟은 뒤 수십 분 차이로 간신히 살아난 존 크라카우어가 쓴 논픽션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원작이다.
세계적인 등반가였던 롭 홀(제이슨 클라크)은 일반인에게 돈을 받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상업 등반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크라카우어(마이클 켈리)를 포함해 텍사스 출신 중년 남자 벡 웨더스(조시 브롤린), 우편배달부로 일하며 등정 비용을 모은 더그 핸슨(존 호키스) 등을 대원으로 한 상업 등반대를 이끌고 6주에 걸친 훈련을 거쳐 정상에 도전한다. 운명의 그날, 대원 중 일부는 정상을 밟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모든 재난이 그렇듯 사소한 실수와 판단 착오가 겹치면서 등반대의 하산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일행은 엄청난 눈 폭풍과 맞닥뜨린다.
“산이 선택한 사람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영화의 주인공은 에베레스트 그 자체다. 산사태와 폭풍우를 일으키다가도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과 눈부신 설경을 선보인다.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전용 장비로 촬영했는데 실제 산을 오를 때의 고통이 엄습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화면은 압도적이다. 배우와 제작진은 실제 에베레스트를 5000m 이상 등정해 촬영했고 그중 일부는 6657m까지 오르기도 했다.
매혹적인 에베레스트의 풍광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담보하는 것은 실화가 갖는 힘이다. 정상 부근에 고립돼 위성전화와 무전기로 임신한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방금까지도 멀쩡히 얘기를 나눴던 동료의 시신 위에 배낭을 수의처럼 덮어줘야 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극한 상황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과, 그 속에서도 기적을 일으키는 힘을 함께 목격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분위기, 등반대 간의 경쟁, 고산 적응 훈련과 고산병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아이맥스 등 대형 스크린에서 볼 때 ‘에베레스트 가상 체험’의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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