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탄’이란 이방인이 보여주는 ‘사악한 인간상’

  • 동아일보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마크 트웨인 지음·오경희 옮김/240쪽·1만1000원·책읽는귀족

‘같은 작가 맞아?’

마크 트웨인은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유쾌한 시각으로 소년들의 생활을 그리고 때로는 소년의 시각으로 세상을 비판한다. 가령 울타리 페인트칠을 해야 했던 톰은 자신의 고된 노동을 흥미로운 일로 포장해 ‘손 하나 까딱 않고’ 친구들을 시켜 완벽히 해낸다. 그가 발견한 인간행위의 법칙은 ‘무엇인가 탐하게 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뭣도 아닌 일도 잘 포장하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아직은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익살스럽게 비꼰다.

이번에 나온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완전 다르다. 이 책에선 아예 인간 세상을 대놓고 비판한다.

오스트리아의 한 마을에 사는 세 남자 앞에 어느 날 ‘사탄’이라는 이름의 이방인이 나타난다. 자신을 천사라고 소개한 그는 실은 ‘악마 사탄’의 조카다. 세 남자의 생각을 읽어내고 생각한 모든 것을 눈앞에서 만들어내는 전지전능한 사탄은 그들에게 인간 세상 곳곳을 보여주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도덕관념이 없는 짐승이 오히려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들보다도 낫다고 말한다. 적어도 짐승은 악의를 가지고 누군가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라서다.

사탄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을 보다 보면 사탄의 비난이 기분 나빠지면서도 쉽게 반박할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사람들 등 ‘사악한 인간상’은 오늘의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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