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 삶’ 재조명 특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14시 32분


익살스런 표정의 사자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있는 조선시대 도장.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 모습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사자의 남성성을 떠올린다면 이 도장의 주인공은 의외일 수도 있다.

사자모양 손잡이의 이 놋쇠 도장은 조선시대 왕비가 사용한 ‘내교 인장(內敎 印章)’이다. 조선시대 왕실 사유재산을 관리한 궁방(宮房)의 각종 지출명세서에는 이 인장이 찍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7일 개최한 ‘오백년 역사를 지켜온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에서 내교 인장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고궁박물관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세도정치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려 그동안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조선 왕비와 후궁들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물관은 왕실 밖 사대부 여성이 간택을 거쳐 왕비나 후궁이 된 뒤 별궁에서 예비 신부교육을 받고 왕과 가례를 올리는 과정을 소개한다. 또 이들의 중요한 사명이었던 왕손 출산을 비롯해 왕비가 직접 뽕을 따고 누에를 치는 의식인 친잠례(親蠶禮), 왕비와 후궁의 죽음을 추모하는 상장례(喪葬禮) 등을 다뤘다.

이밖에 왕실 여성들의 위계를 보여주는 황원삼, 홍원삼, 녹원삼 등의 궁중 복식 등 왕실 유물 300여 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혼례잔치인 동뢰연(同牢宴)에서 쓰이는 돗자리 ‘교배석(交拜席)’과 ‘동자상(童子像)’도 처음 공개된다.

미국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소장한 신정왕후(헌종의 어머니)의 회갑 잔치를 병풍에 그린 ‘무진진찬도병(戊辰進饌圖屛)’(1868년)과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가 발원해 완성된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1562년)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다음달 30일까지 열린다. 02-3701-7633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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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종의 계비였던 선의왕후가 왕비 책봉 시 받은 금보.(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경종의 계비였던 선의왕후가 왕비 책봉 시 받은 금보.(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국립고궁박물관이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내교 인장’. 조선시대 왕비가 사용한 놋쇠 도장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국립고궁박물관이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내교 인장’. 조선시대 왕비가 사용한 놋쇠 도장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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