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손바닥 위 작은 것들 하늘로 날아올라… 세상 꽉 채울 보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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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의 손바닥/윤여림 글/노인경 그림/40쪽·1만1000원/웅진주니어

작은 상자에 무언가 모아두는 아이가 있습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면 웃음이 나오지요. 기껏 해야 구슬 몇 개, 블록, 팔 없는 인형, 작은 쪽지 등 언뜻 봐도 쓸모를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상자를 소중히 안고 있던 아이를 한번 쳐다보게 됩니다. 아이에게 이 물건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혹여 상자를 깨끗이 닦겠다고 탈탈 털어 그 안의 물건들을 버리기라도 하면 난리가 납니다. 아이는 세상을 다 잃은 듯이 울어댈 수도 있어요.

은이에게도 그런 물건들이 있네요. 손바닥에 들어온 작은 깃털 하나, 비 한 방울, 씨앗 두 개, 마른 나무 이파리들이 은이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갑니다. 어른들 생각엔 훅 불면 날아가 버리거나 휴지통으로 휙 던져 버리면 그만일 물건들이에요. 하지만 은이에겐 더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깃털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면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고요, 아롱다롱 사탕 한 알은 은이를 서커스로 데려갑니다. 작은 씨앗 두 개로는 온 세상을 꽃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지요. 마른 나무 이파리를 타고 숲 속을 여행하는 기분은 또 어떨까요? 빗방울은 물고기들과 함께 나누니 더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은이 손을 마주 잡은 친구가 제일입니다. 여태 자기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놀았다면 이제는 친구를 만나 함께 놉니다. 놀이터는 친구가 있어 더 신나는 둘만의 세상이 되지요.

이 책의 미덕은 글 없이 펼쳐지는 세상 풍경입니다. 독자들에게는 그림을 제대로 읽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아기자기 그림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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