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백의 발상의 전환]<14>날아온 집: 상상력을 통한 문화 이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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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누구나 집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집을 어른이 돼서도 가질 수 있다면? 더구나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 살면서 그 집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 도로시의 집이 날아오른 것처럼, 건물이 공중 부양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예술가는 이렇듯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러한 픽션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서도호의 ‘연결하는 집 Bridging Home’(2010년·그림)은 하늘에서 날아온 과거의 집을 상상하여 이를 실제로 구현한 작업이었다. 2010년 리버풀 비엔날레에 선보인 이 작업은 영국 리버풀 듀크 거리 84∼86번지 두 집 사이의 공간에 한국의 전통 가옥을 만들어 넣은 건축 설치이다.

리버풀 거리를 지나던 영국 행인의 입장에서 받았던 시각적 충격을 헤아릴 수 있다. 이국적인 한국의 건축물이 하늘에서 추락하여 기존 건물에 충돌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영국 도시의 일상적 공간에 타 문화의 옛 건물이 그대로 이동해 온 듯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특색이 세계적으로 선보여진 순간이었다. 이 작품이 비엔날레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온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 가옥을 다른 장소로 이동, 안착시켜서 두 장소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 즉, 과거의 전통 한옥이 리버풀의 구체적 지역과 현재라는 시점에서 접붙여짐으로써 서울과 리버풀이 물리적으로 연계된 셈이다. 이 장소적 관계는 작가 개인의 고향집에 대한 공간의 기억을 소환한다.

‘연결하는 집’은 작가의 고유한 스토리를 소재로 하여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서도호는 어린 시절 서울 성북동의 전통 한옥에서 살았고 이후 미국과 영국으로 이주해 서구식 건축에서 살면서 문화적 차이를 공간적으로 실감했다. 그러한 개인적인 공간의 체험이 건축에서 드러나는 문화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만난 것이다.

작가는 ‘장소의 기억’이라는 현대미술의 화두를 통해 한국 문화의 주체적 입장을 당당하게 제시했다. 글로벌 시대 미술작업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관계를 통해 타자의 미학을 공감하는 것은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차이는 관계를 통해 그 창의적 가치를 인정받고 다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
#연결하는 집#장소의 기억#오즈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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