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오를땐 ‘사부작사부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4일 05시 45분


산은 평지가 아닌 만큼 걷는 법도 달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폭을 작게 잡고 리드미컬하게 걷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거 스텝을 활용하면 오르막길에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봄철 등산복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는 노스페이스 모델 공효진. 사진제공|노스페이스
산은 평지가 아닌 만큼 걷는 법도 달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폭을 작게 잡고 리드미컬하게 걷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거 스텝을 활용하면 오르막길에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봄철 등산복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는 노스페이스 모델 공효진. 사진제공|노스페이스
■ 등산길 잘 걷는 방법

산 오르막길엔 보폭 줄이고 리듬타며 가볍게
호랑이가 산속 배회하듯…‘타이거 스텝’ 적합
내리막은 뒤꿈치 먼저 땅에 닿아야 부상 방지
터벅터벅 걸으면 무릎·발목 등 관절에 무리


등산은 기본적으로 걷는 운동이다. 요즘은 산에서 달음박질을 하는 트레일러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 역시 걸어서 오르는 운동이다. 그런데 산에서 걷는 방법과 평지를 걷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평지를 걷듯 산길을 걷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산에서 걷는 방법이 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만큼 평지를 걸을 때보다 몇 배의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무릎과 관절에도 충격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등산기술의 기초는 걷는 법이다. 평지, 오르막, 내리막이 다르며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다. 과연 고수들은 산에서 어떻게 걸을까.

● 보폭을 작게, 리듬을 타고 ‘사부작사부작’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보폭을 작게 잡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성큼성큼 걷다가는 얼마 못 가 지쳐 혀를 빼물게 되는 수가 있다. 천천히 시작해 조금씩 속도를 높인다. 중요한 것은 편안한 자세로 체력소모를 줄이며 걷는 것이다. 전문 산꾼들은 “사부작사부작 걷는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크게 힘을 쓰지 않으면서 가볍게 걷는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무리하지 말고 ‘정속주행’을 하는 것이 요령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산을 오래 탄 사람이 걷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걸음걸이도 리드미컬하게 느껴진다. 오르막길이므로 체중은 앞쪽에 두는 것이 편하다. 관절에 충격을 덜 주기 위해서는 신발 바닥 전체를 지면에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

내리막길은 오르막과 많은 부분에서 반대다. 발을 디딜 때는 앞이 아니라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아야 한다.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더라도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 무게중심을 가급적 낮춰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터벅터벅 걷지 않기’다. 산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풀려 터벅터벅 걷기가 쉽다. 이렇게 걸으면 무릎, 발목 등의 관절에 무리가 가게 된다.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해행위’에 가까우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쇠기둥이 박힌 경사를 내려올 때는 기둥에 발을 대고 내려오는 것이 좋다.

● 오르막길에서는 모델처럼 걷는 타이거 스텝

무협소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고수들의 ‘무공비술’이 등산걷기에도 있다. 일명 호랑이보법으로 통하는 ‘타이거 스텝’이다. 호랑이가 산속을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듯 걷는 보법으로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보법의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걷기법이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걸어도 체력을 적게 소모할 수 있는 ‘고연비 걷기’다.

타이거 스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1자 걸음’이다. 모델의 워킹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뒤에서 보면 엉덩이가 실룩거려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거 스텝의 걷는 법은 이렇다. 일단 보폭을 작게 잡는다. 왼발을 옮길 때 오른발은 힘을 빼고 걷는다. 오른발에게 휴식을 준다고 생각해도 좋다. 왼발이 지면에 닿으면 오른발을 떼어 앞에 가져다 놓는다. 이때 왼발과 1자가 되는 것이 요령이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고양이가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좋다. 실제로 타이거 스텝은 모델들이 발을 엇걸려 걷는 ‘캣워킹’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 타이거 스텝은 오르막길에서만 활용한다. 내리막길에서 타이거 스텝으로 걷다가는 중심을 잃고 넘어져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평지에서도 권할만한 스텝은 아니다.

오르막길을 걸을 때 타이거 스텝으로 걸어보면 확실히 허벅지에 힘이 덜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등산스틱을 함께 사용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레스트 스텝. 휴식하면서 걷는 법이다. 한쪽 다리를 들어올릴 때 다른 쪽 다리를 쭉 펴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근육이 아닌 뼈로 지탱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뒷다리를 펴기도 전에 다음 발을 디디는 보통의 보행과 다르다. 레스트 스텝을 사용하면 짧은 순간이지만 한쪽 다리에 쉬는 시간을 줄 수 있어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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