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트레벨야르 “처음 찾은 고향 부산서 공연, 가슴 뭉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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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전자음악밴드 ‘랄리 푸나’ 리더, 韓人 입양아 출신 발레리 트레벨야르

한국인 입양아인 독일 전자음악가 발레리 트레벨야르.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인 입양아인 독일 전자음악가 발레리 트레벨야르.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독일의 유명 전자음악가 발레리 트레벨야르(41)와 그의 밴드 ‘랄리 푸나’가 13일 부산, 14일 서울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랄리 푸나는 ‘부산에서 온 랄리’란 뜻이다. ‘랄리’는 리더인 발레리의 애칭. ‘푸나’는 그의 남편이자 팀 멤버인 마르쿠스 아허가 부인의 고향 ‘부산’의 발음을 잘못 알아들은 게 굳어졌다.

이번 콘서트는 랄리 푸나가 지난해 12월 한국 전자음악 밴드 ‘트램폴린’(차효선 김나은)과 노래 ‘머신스 아 휴먼’(QR코드) ‘메리 멀룬’을 함께 만들어 발표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지난달 독일 3개 도시(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함부르크)와 이달 일본 도쿄에서 연 합동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였다. 트램폴린의 소속사 파스텔뮤직이 랄리 푸나의 음반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한 게 합작의 인연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 젊은 뮤지션 글로벌 교류 지원 사업’도 보탬이 됐다.

트레벨야르는 자신이 태어난 한국과 부산을 그리워했지만 그간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길거리에 버려졌다가 입양기관을 통해 독일로 입양됐다. 성인 되던 해 (독일인) 어머니가 보관했던 입양 자료를 건네줬는데 거기서 한국과 부산의 지도 사진을 처음 봤다”면서 “막연히 상상했던 곳에서 공연까지 하니 감회가 특별하다”고 했다.

부산 공연(클럽 인터플레이)이 끝난 뒤, 트레벨야르는 자갈치시장에 들러 산낙지를 먹었다. 다음엔 ‘엄마의 고향’이 마냥 궁금한 여덟 살 아들, 세 살 딸을 데리고 꼭 가족여행을 오고 싶다고 했다.

서울 공연(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앙코르 때 트레벨야르와 동료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신비로운 곡 ‘페이킹 더 북스’(2004년)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으로 무대를 비춘 것이다. 트레벨야르는 노래 중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이 장면을 촬영했다. 빛의 바다가 돼버린 고국의 객석을 바라보는 트레벨야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반짝. 그의 눈동자도 한순간 별이 됐다. 그의 기억에 고향의 정경 하나가 추가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발레리 트레벨야르#랄리 푸나#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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