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정례 시인 ‘개천은 용의 홈타운’ 출간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에서)

최정례 시인(60·사진)이 새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을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 등단해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표제시에서 화자는 무더운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왈칵, 벌컥 화를 쏟아낸다. 시인은 “대학 시간강사 시절 부당한 일을 당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를 느낀 기억이 있다”며 “시집에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내러티브,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불편한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산문시가 주로 수록됐다. ‘회생’에선 “겨울까지만 좀 기다려 주세요. 노인들이 여름에는 잘 안 죽어요”라며 사람이 죽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장례식장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쥐들도 할 말은 있다’에선 보석을 돌멩이 취급하는 쥐의 우화로 인간의 욕심을 비꼰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정례#개천은 용의 홈타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