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MAMA, 케이팝에 열광하는 1만여 팬 ‘떼창’…감동과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9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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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AMA 참관기
“한국인에 의해 中-日을 넘는 ‘아시아적’인 뭔가가 만들어졌다”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거나, 조상님들 음덕으로 ‘구경 복(福)’이 많은 편이다. 30년쯤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남들은 일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구경을 하거나 가지 못한 곳을 가봤으니 말이다.

우선, 세계사의 대변혁을 가져온 ‘슈퍼스타’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집전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성인 103위 시성식과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현장 취재. 올해 8월 한국을 뜨겁게 달군 ‘가난과 겸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과 꽃동네 방문 취재. 1988년 서울올림픽 개 폐회식과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참관. 분단 후 한국 언론인으로서는 최초로 몽골을 방문 취재한 감격. 미켈란젤로가 생애 마지막에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대형 프레스코 벽화 두 점이 있으나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바티칸 교황청의 성구실(聖俱室)인 바오로 채플 관람. 클린트 이스트우드, 우디 알렌, 모니카 벨루치, 장쯔이 등 세계 톱스타들 틈에 섞여 맛본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 워킹과 마치 중세 한복판으로 들어간 듯 느껴진 베니스 카니발 가면축제 취재. 어디 그뿐이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경주 석굴암 본존불 부처님과 11면 관음보살상 친견(親見)과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고 내부 답사까지.


지난해 8월 말로 신문사를 정년퇴임한 이후로 “내 구경 복은 여기까지다”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는 한류와 아이돌 인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MAMA를 홍콩에서 관람했다. ‘안정된 백수’로 놀고 있는 내 처지를 긍휼하게 여긴 지인들의 배려 덕분이다.

3일 저녁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인근 AsiaWorld-Expo에서 장장 5시간에 걸쳐 열린 2014 MAMA(3일)는 한마디로 ‘아시아는 생각보다 가깝고, 음악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시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케이팝 스타들의 노래와 춤, 여기에 열광하는 1만 여 팬의 열기와 환호 및 ‘떼창’은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 그 자체였다. 부문별 수상자 선정을 위해 온라인 투표에 참가한 팬들만 6850만 명. 홍콩과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는 물론 남미와 유럽에서 기꺼이 달려온 팬들은 케이팝 스타들의 노래 춤 랩, 손짓과 몸짓, 퍼포먼스와 멘트 하나하나에 웃고 울고 열광하면서 ‘자지러졌다’. 10대가 채 되기도 전에 ‘월드 스타’를 꿈꾸며 성장한 케이팝 스타들은 춤 노래 랩은 물론이고 얼굴 키 몸매 어느 한 가지도 빠지는 게 없었다. 영어는 유창하고, 중국어도 제법 구사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새 한국인’이면서 ‘신(新)인류’였다.


2014 MAMA에는 빅뱅의 태양과 지드래곤, EXO, 아이유, 에일리, 소녀시대의 티파니, 린, 씨스타, 걸스데이, 인피니트, 에픽하이, 씨앤블루, 차세대 케이팝 스타인 비스트와 블록비 등 케이팝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이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원로가수(?)’ 이승철과 최근 끝난 슈퍼스타 K6가 배출한 두 보컬리스트 곽진언과 김필도 콜라보로 첫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서태지와 후배들이 함께 펼친 특별무대는 그의 그늘에서 자라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별’이 된 후배가수들이 그에게 보내는 오마주나 다름없었다.

사회 또는 시상자로 자리를 빛낸 류더화 윤종신 윤은혜, K-DRAMA로 아시아의 톱스타가 된 송승헌 권상우 최지우, ‘한중 커플’인 채림 가오지치 부부, 김지훈 오연서, ‘런닝맨’으로 동남아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광수 송지효 등의 면면도 화려했다. EXO의 중국인 멤버는 중국어로 수상소감을 말해 더 큰 박수를 받았고, 2PM 멤버인 태국 청년 닉쿤의 얼굴이 비치자 박수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불과 몇 년 만에 인기 페스티벌로 떠오른 MAMA는 서울 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에서 3번 연속해서 열렸다. 티켓 값이 최고 30만 원에 이르지만 매번 표를 구할 수 없어 난리다. K-POP은 물론, K-DRAMA MOVIE FOOD FASHION BEAUTY 확산과 유행에 끼친 효과도 크다. 한류 스타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이용하는 제품들이 아시아권에서 대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MAMA’의 최대 수혜자는 최근 몇 년 새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한 아모레퍼시픽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올해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미용 패션 분야 56개 중소기업의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코너를 마련해 호응을 받았다. 공연장에 마련된 각 중소기업 부스에는 중화권 바이어 100여 명이 참석해 상담을 진행했다.

평소 미주 유럽 남미 등 블록화한 문화현상을 질투하면서 아시아권에서는 공동의 문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나의 생각은 ‘MAMA’ 홍콩 공연 현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행복했다!!! 이 시대 한국과 한국인에 의해 중국과 일본을 넘어서는 ‘아시아적’인 그 무엇이 이미 만들어졌고,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고, 미래의 전망도 밝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고마웠기 때문이다.

오명철 전 동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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