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佛은 왜 루이지애나를 美에 팔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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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의 세계사/함규진 지음/456쪽·1만8000원·미래의 창

인간의 역사에는 숱한 전쟁이 있었지만 무기를 내려놓고 지낸 시간이 훨씬 길다. 싸움보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극한 갈등이 빚어내는 스펙터클이 없어 전쟁사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평화로운 시기 조약의 역사에 조명을 비춘다.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인 히타이트-이집트 조약(기원전 1274년으로 추정)에서 시작해 지구적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리우환경협약(1992년)까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조약 64개를 추렸다.

이 중에는 국가 간 부동산 거래가 많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1803년 미국과 프랑스의 루이지애나 매입 협정이다. 당시 기준으론 미국 영토의 50%, 지금으로 치면 23%에 해당하는 너른 땅이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뉴올리언스를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에 “팔지 않으면 영국과 손잡고 프랑스를 치겠다”고 했고, 나폴레옹은 “아예 루이지애나를 통째 사라”고 했다. 나폴레옹으로선 미국의 위협도 겁났지만 “루이지애나는 사막 같은 쓸모없는 땅”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루이지애나는 미국이 20세기 초강대국으로 일어서는 토대가 됐다. 저자는 “역사상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국가는 많았지만, 이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대국이 된 나라는 거의 없다”고 평했다.

‘전쟁을 최대한 덜 비참하게 하려는’ 제네바 협약은 인류의 위대함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부상병은 국적을 불문하고 구호를 받는다”는 합의는 인도주의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자는 엄중 조사’ 방침에 나토 회원국의 활동은 열외다.

국사와 세계사 시간에 빨간 줄 치면서 조약의 주요 내용과 역사적 의미를 달달 외워야 하는 고교생들이 보충 교재로 이용하기 좋은 책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조약의 세계사#루이지애나#평화조약#제네바 협약#리우환경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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