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렵게 배울수록 오래 기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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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헨리 뢰디거 외 지음/김아영 옮김/356쪽·1만4000원·와이즈베리
인지심리학자들이 밝혀낸 ‘학습의 과학’… 생생한 사례로 들려줘

수학 공부를 할 때 대개는 특정 유형의 문제를 완전히 배운 다음 다른 유형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유형별로 묶지 말고 섞어서 문제를 푸는 ‘교차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시험에서도 문제는 뒤섞여 나오는 법이다. 와이즈베리 제공
수학 공부를 할 때 대개는 특정 유형의 문제를 완전히 배운 다음 다른 유형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유형별로 묶지 말고 섞어서 문제를 푸는 ‘교차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시험에서도 문제는 뒤섞여 나오는 법이다. 와이즈베리 제공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 뾰족한 수를 알려주진 않는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안 하니까 못하는 것일 뿐.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들은 과학적인 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된 학습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건 △힘들여 배울수록 오래 남는다 △교재를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 시험 한 번 보는 게 낫다 △벼락치기보다 시간 간격을 두고 공부하라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공부하라 △답 보기 전에 우선 풀어보라는 것이다. 대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들, 그리고 그 학습법에 따라 고득점을 받은 성공담들은 흥미롭다.

먼저 시험의 중요성. 어느 중학교의 학생들은 교재의 일정 부분은 한 학기에 세 번 시험을 보고, 나머지 부분은 시험 보는 대신 세 번씩 복습했다. 한 달 후 치른 시험에서 학생들은 시험을 봤던 범위에선 평균 A―를, 복습만 했던 범위에선 C+를 받았다. 몇 달 후 치른 재시험에서도 결과는 유지됐다. 시험을 통해 배운 것을 기억에서 꺼내 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기억이 단단해지고, 기존 지식과의 연관성도 강화되며, 망각도 막아주기 때문이다.

집중적인 학습법은 비효율적이다. 책에는 외과 수련의들의 미세혈관 수술법 수업 사례가 나온다. 이들 중 절반은 하루에 몰아서, 나머지 절반은 일주일에 1회씩 4주간 배웠다. 평가 결과는 몰아서 배운 그룹이 훨씬 못했다는 것이다. 벼락치기 공부는 단기기억을 이용한다. 배운 걸 오래 기억하려면 사전 지식과의 통합이 일어날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약간의 망각 후엔 지식을 꺼내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기억도 강화된다. 어렵게 배울수록 오래 남는다는 말이다.

가장 새롭다 싶은 학습법은 두 가지 주제 이상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교차 연습’이다. 체육 수업의 사례는 놀랍다. 8세 꼬마들이 90cm 거리에서 바구니에 주머니 던져 넣기 시험을 치렀다. 절반은 90cm 떨어진 곳에서, 나머지 절반은 60cm와 120cm 거리에서 연습했다. 결과는? 90cm 거리에선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아이들의 성적이 월등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러 화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배운 학생들이 특정 화가의 작품 공부를 끝낸 뒤 다음 화가로 넘어간 학생보다 화가와 그림을 연결짓는 시험 성적이 좋았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을 어떤 화가가 그렸는지도 더 잘 맞혔다.

저자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의 비효율성도 경고한다. 특히 공부를 못하는 학생일수록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객관적인 피드백은 필수적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묻게 된다. 부담을 줄여준다며 시험을 없애는 것이 교육적인가. 3년에 걸쳐 배울 내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방식은 효율적인가. 새로운 교육 제도를 내놓을 때 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연구들은 충분히 검토한 걸까.

미국에서 올 4월 출간됐다. 원제는 배운 게 머리에 꼭 들러붙게 하라는 뜻에서 ‘Make it stick’, 부제는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성공적인 학습과학)’.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학습의 과학#학습법#교차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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