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은 발행인의 유지였고, 애매한 ‘휴간’보다는 ‘종간’을 통해 하나의 매듭을 짓고, ….”
최근 발간된 시 전문 계간지 ‘시인수첩’ 2014 겨울호에 실릴 뻔한 종간사의 한 대목이다. ‘시인수첩’을 발간하는 출판사 문학수첩은 시인수첩 발행인이던 고 김종철 전 한국시인협회장의 유언에 따라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시인수첩을 종간하려 했다.
암으로 투병하던 김 시인이 6월 21일 부인인 강봉자 문학수첩 대표이사, 김병호 시인수첩 편집장에게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잡지, 최고가 아니라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시 전문지로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이젠 더이상 그 꿈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부인과 편집장이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종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김 시인은 7월 5일 별세했다.
문학수첩은 그러나 마지막 호로 삼으려던 겨울호 출간을 앞두고 종간사를 권두언으로 고쳐 실었다. 권두언에는 “‘시인수첩’을 시작했던 고인이 스스로 그 매듭을 짓고자 했던 것이 고인의 바람이었으나, 유족들은 시의 행간을 읽어내듯 고인의 유지가 지닌 더 깊은 뜻을 이어가기로 하였다”고 썼다. 강 대표이사는 “고인은 남은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 봐 종간을 선언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라며 “광고가 없는 시인수첩 발간이 경제적으로 부담되긴 하지만 종간을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계속 발행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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