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사를 권두언으로 고쳐쓴 시인수첩 겨울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종철 시인 유언따라 종간 고려… 부인 “고인 속뜻 아닐것” 발행 결정

시인수첩 발행인이던 김종철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생전 문학수첩 공동대표인 부인 강봉자 씨와 큰딸 김은경 씨(오른쪽부터), 손주들과 함께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학수첩 제공
시인수첩 발행인이던 김종철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생전 문학수첩 공동대표인 부인 강봉자 씨와 큰딸 김은경 씨(오른쪽부터), 손주들과 함께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학수첩 제공
“‘종간’은 발행인의 유지였고, 애매한 ‘휴간’보다는 ‘종간’을 통해 하나의 매듭을 짓고, ….”

최근 발간된 시 전문 계간지 ‘시인수첩’ 2014 겨울호에 실릴 뻔한 종간사의 한 대목이다. ‘시인수첩’을 발간하는 출판사 문학수첩은 시인수첩 발행인이던 고 김종철 전 한국시인협회장의 유언에 따라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시인수첩을 종간하려 했다.

암으로 투병하던 김 시인이 6월 21일 부인인 강봉자 문학수첩 대표이사, 김병호 시인수첩 편집장에게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잡지, 최고가 아니라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시 전문지로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이젠 더이상 그 꿈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부인과 편집장이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종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김 시인은 7월 5일 별세했다.

문학수첩은 그러나 마지막 호로 삼으려던 겨울호 출간을 앞두고 종간사를 권두언으로 고쳐 실었다. 권두언에는 “‘시인수첩’을 시작했던 고인이 스스로 그 매듭을 짓고자 했던 것이 고인의 바람이었으나, 유족들은 시의 행간을 읽어내듯 고인의 유지가 지닌 더 깊은 뜻을 이어가기로 하였다”고 썼다. 강 대표이사는 “고인은 남은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 봐 종간을 선언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라며 “광고가 없는 시인수첩 발간이 경제적으로 부담되긴 하지만 종간을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계속 발행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인수첩#김종철#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