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보모’ 샤프롱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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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케줄-리허설 체계적 관리… ‘악기조율사’등 이색스태프 맹활약

악기 담당 스태프인 경현석 씨는 “악기 조율과 관리가 배우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작품”이라며 “매일 자식 다루는 마음으로 50여개 악기를 대한다”며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악기 담당 스태프인 경현석 씨는 “악기 조율과 관리가 배우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작품”이라며 “매일 자식 다루는 마음으로 50여개 악기를 대한다”며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습도는 44∼55%, 온도 20∼25도.”

다음 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원스’의 스태프 경현석 씨(35)는 요즘 입에 이 말을 달고 산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역할은 ‘원스’의 악기 조율 및 관리 담당이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악기에 익숙해 스태프로 채용됐다. 지난달 31일 연습 현장에서 만난 그는 “제작사에서 그러더라고요. 제가 주연배우 윤도현 씨 못지않게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요. 하하.”

여느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가 없다. 뮤지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기타와 만돌린, 벤조,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 때문이다. 악기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 겨울에 작품이 개막되다 보니 악기 보관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댄핏’이라는 악기용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와 온도를 맞추고 있다.

아역 배우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아역 배우 보모’라는 이색 스태프도 출현했다. 이들을 호칭하는 용어도 있다. 일명 ‘샤프롱(chaperon)’. 원래는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나갈 때 따라가 보살펴 주는 부인들을 가리키지만 아이들을 돌본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불리고 있다.

다음 달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킹키부츠’에는 7∼12세의 아역배우 5명이 출연한다. 몇 달 전까지 뮤지컬 ‘위키드’ 의상팀 막내로 활동한 유미선 씨(25)는 최근 이 작품의 샤프롱으로 채용됐다.

유 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역 배우들의 스케줄뿐 아니라 식사와 연습, 일정 등 전반 사항을 관리해주는 일종의 보모”라고 말했다. 대개 본 공연 3시간 전에 아역 배우들을 만나 분장과 리허설을 돕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뒤에서 어린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 등을 알려주기도 해야 한다. 킹키부츠 제작진은 10cm 높이의 굽을 신고 등장하는 남자 배우 7명을 위한 얼음찜질 전담 스태프도 두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시카고’와 ‘아이다’는 앙상블의 군무가 많은 작품이다. 제작사들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다치는 경우가 많아지자 아예 배우 전담 물리치료사를 채용했다. 물리치료사는 일주일에 한 번 공연장에 들려 배우들의 전신 마사지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원스#악기조율사#위키드#샤프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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