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의 우에노 주리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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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우에노 주리. 그는 한일합작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또렷하게 한국말로 "네"라고 대답했다.
무대에 올라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우에노 주리. 그는 한일합작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또렷하게 한국말로 "네"라고 대답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최고로 인기를 끈 출연자는 단연 일본 여배우 우에노 주리(上野樹里·28)였다. 2006년에 출연했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대박을 친 덕분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엉뚱발랄한 괴짜지만, 한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완벽하게 재연하는 독특한 캐릭터, 노다 메구미 역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사회자가 그의 등장을 예고한 뒤 메인 무대의 뒤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이 나오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에도 그의 팬이 많은데, 그 계기는 '노다메'였음에 틀림없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해 준 우에노 주리. 현실 속 그에게서는 ‘노다메’의 풋풋함과 ‘앨리스의 가시’의 냉정함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해 준 우에노 주리. 현실 속 그에게서는 ‘노다메’의 풋풋함과 ‘앨리스의 가시’의 냉정함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기 전 잠시 그를 만나봤다. KBS2가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10월부터 방영한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안다"고 했다. 그래서 "당신이 맡았던 역을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하는데 충고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나도 처음 맡은 주역이라 불안했지만, 작품과 함께 성장했다"고 했다.

그는 "웃는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자기도 해 보고, 스태프에게도 시켜봤지만 결국은 자기가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충고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이라는 게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노다메'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렇다고 심은경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저녁에 그와 만나기로 했다"며 "그가 주연한 '수상한 그녀'도 봤다"고 했다. 심은경은 마침 우에노가 노다메 역을 처음 맡았을 때와 같은 20세에서 같은 역을 맡게 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노다메가 끝난 뒤 하나의 허들을 넘어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 다른 허들은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2011년에 출연했던 NHK대하드라마 '고우-공주들의 전국(江-姬たちの戰國'을 예로 들었다. 촬영에 1년 4개월이나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 대하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고우(江)역을 맡았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험악한 전국시대를 때로는 사랑하며, 때로는 대립하며 살아간 세 자매의 이야기. 그는 셋 중 막내로 나왔는데, 극중 성격이 '노다메'와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어떤 권력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개성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그는 이 대목에서 곧바로 '무대'얘기를 꺼냈다. 곧 30세를 앞둔 시점에서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TV나 영화에 비해 연극은 일순간에 동물적, 반사적인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을 통해 연기를 단련하고 역할의 폭도 넓히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기자는 그가 너무 일찍 오른 정상의 자리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녀는 최근 '앨리스의 가시'라는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주로 맡아왔던 역과는 달리 냉철하고 미스터리한 역을 맡아 변신을 꾀했다. 그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는데 마침 요청이 와서 맡게 됐다"고 했다. 덧붙여 "감정과 이성의 사이를 오가며 컨트롤이 잘 안 되는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도 연극에 대한 애정과 일맥상통한다고나 할까.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점에서.

그는 역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연습을 하느냐고 묻자 "남이 보면 노력을 안 하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 자신은 빙의형(憑依型)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말한 빙의형은 그 역에 아주 빠져버리는 배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들렸다. 그렇지만 촬영할 때는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한다고 했다. 자신의 스타일로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에노 주리는 자신에 대한 질문을 공개모집하는 이벤트에서 당선된 팬 3명과 기념 촬영을 하고 무대 인사를 끝냈다.
우에노 주리는 자신에 대한 질문을 공개모집하는 이벤트에서 당선된 팬 3명과 기념 촬영을 하고 무대 인사를 끝냈다.

그는 행사장 무대에서도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 온 것은 3년 만이냐고 하자 사적으로 1년 전에도 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된장찌개와 닭한마리. 여러 사람이 같이 먹는 한국 식사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만약 배우가 안 됐으면 무엇이 됐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기자와의 인터뷰와 무대에서도 밝히지 않은 것 중에 재미있는 내용이 하나 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대에 섰는데 혹시 팬이 많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기우였다. 등장과 퇴장 때도 환호를 받았지만, 사회자가 '앨리스의 가시'를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영화시사회에서 '대박'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사회자가 그 이후 다른 한국말을 배운 게 있느냐는 질문에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 말이 재미있다. "밥 먹었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에 작품을 갖고 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다. 다음에도 불러 준다면 좋은 작품을 갖고 찾아오겠다"며 무대인사를 마쳤다.

그는 그 전에 "실제로 요청도 있는데 한국과 영화나 드라마를 합작할 기회가 있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달라진 모습을 한국과 일본의 같으면서도 다른, 복안적(複眼的) 앵글로 볼 수 있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우에노주리#노다메칸타빌레#한일축제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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