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코딱지 끄집어낼 때의 짜릿함 ㅋㅋ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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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코 파는 이야기/이갑규 글, 그림/40쪽·1만1000원·책읽는곰

책읽는곰 제공
책읽는곰 제공
지극히 사적이어서 널리 알리기에는 한없이 부끄러운 경험 중 하나는 콧구멍 파는 일일 것입니다. 어릴 적 코 한 번 파본 적 없다는 말은 진짜 믿기 힘든 얘깁니다. 장담하건대 그런 사람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 ‘진짜 코 파는 이야기’에서 작가 이갑규는 어른이 다 돼서도 코를 파고 있는 자신의 모습까지 당당하고 능청맞게 공개합니다. 코 파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똥이나 방귀만큼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이야기는 코 파는 연기에 적합한 동물을 캐스팅하는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캐스팅된 동물들은 열심히 자신의 코 파는 기술(?)을 선보이며 진지한 자세로 연기에 몰두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코를 파는 여자아이가 등장하고 ‘자주’ 코를 파는 고릴라, ‘가끔’ 코 파는 기린, ‘몰래 숨어’ 코 파는 백수의 제왕 사자, ‘심심’해서 코 파는 강아지, 여기에 코를 팔 때 사용한 대나무를 씹어 먹는 판다까지 등장하면 독자로서 거의 기함할 지경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코를 팔 수밖에 없는 친구들의 등장에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집니다.

작가는 코 파기의 짜릿함은 물론이고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고스란히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그간 작가가 보여준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능청맞고 뻔뻔하며 엉뚱한 장면들이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그렇게 여러 동물이 펼치는 코 파기에 관한 유쾌하고도 눈물겨운 연기가 끝나갈 무렵, 코를 파던 코끼리의 재채기에 깜짝 놀란 여자아이의 아빠가 등장합니다. 아빠 역시 코끼리 재채기에 깜짝 놀란 얼굴입니다. 그런데 너무 깊이 코를 팠나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절기에는 제일 먼저 코로 손이 가기 마련인데요. 코 건강에 대한 얘기도 나눌 겸 어린 시절 경험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장난기 많은 아빠의 선물 같은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독서평론가
#진짜 코 파는 이야기#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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