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펴낸 이기진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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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깃거리 있는 물건이면 뭐든 사 모아… 조리도구에도 물리학 원리 들어있죠”

골동품과 재미있는 물품으로 둘러싸인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실. 이 교수는 동화책 집필, 로봇 만들기, 깨진 앤티크 수집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웅진서가 제공
골동품과 재미있는 물품으로 둘러싸인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실. 이 교수는 동화책 집필, 로봇 만들기, 깨진 앤티크 수집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웅진서가 제공
그는 물리학자다. 인기 절정의 걸그룹 멤버인 딸을 두고 있다. 1989년 공산권 붕괴 직후 치열한 내전이 벌어진 아르메니아에 들어가 연구활동을 벌였다. 취미는 동화책 집필과 도자기 로봇 만들기, 파스타 요리하기, 깨진 앤티크 수집 등이다.

무엇 하나 범상치 않은 별난 주인공은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54)다. 그의 딸은 인기그룹 2NE1의 리더 씨엘(본명 이채린)이다. 이 교수가 새로 낸 책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웅진서가·사진)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중심으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 독특한 에세이다. 이 교수는 책 머리말에 “지금까지 내 삶이란 게 ‘물리학이라는 전공과 여타 딴짓’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일상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지난달 말부터 프랑스 낭트에 머물고 있는 이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낭트에는 무얼 하러 갔나.

“동료 프랑스 과학자의 초청을 받고 낭트대에서 비행기에 들어갈 신재료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 전공이 마이크로파인데 이걸 이용한 특수 현미경으로 탄소물질을 관찰하고 있다.”

―물리학과 전혀 상관없는 취미가 많은 것 같은데….

“물리학만 24시간 파헤칠 수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다른 걸 하고 싶을 때가 있더라. 그런데 딴짓을 하더라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게 아니라 뭔가 공부를 하려고 노력한다. 골동품 하나를 감상해도 배경에 깔린 역사를 알면서 나만의 관점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여러 상상을 할 수 있어 물리학적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도 썼지만 일본에 있을 때 지도교수에게 선물 받은 연필 깎는 기계가 있다. 전압 110V용이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책상에 모셔놓고 있는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 전 이걸 보면서 7년간의 일본 유학생활을 돌이켜보고 여러 상상도 하면서 머리를 푼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다양한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 같던데….

“뭔가 얘깃거리가 있고 영감을 주는 물건이면 뭐든 사온다. 그게 깨진 도자기라도 상관없다. 지난 주말에는 벼룩시장에 가서 달걀을 예쁘게 깨는 조리도구와 파스타 삶는 그릇, 양파를 써는 기구를 사왔다. 얼마 전 같이 지내고 있는 프랑스 동료 교수한테 포도주 병따개를 선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책에 나오는 사진과 삽화를 직접 작업했다고 들었다.

“예전에 딸 채린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사인펜으로 동화책을 만든 적이 있다. 스토리는 어린 두 딸을 재울 때 내가 멋대로 지은 얘기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살을 좀 붙여서 아예 동화책 ‘박치기 깍까’를 펴냈는데 나중에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 아르메니아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이번 책 사진은 내 아이폰5로 모두 찍었다. 촬영한 다음에 바로 편집자에게 전송할 수 있어 편했다.”

―앞으로 또 뭘 해볼 건가.

“요리책을 내거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웹툰을 통해 물리학 얘기를 쉽게 풀어보고 싶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기진#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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