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호기심 키우려면 검색창 닫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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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이언 레슬리 지음·김승진 옮김/316쪽·1만3000원·을유문화사

북미에 최초로 도달한 유럽인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니라 레이프 에리크손이라는 노르웨이 탐험가였다. 그는 11세기 초 캐나다 뉴펀들랜드 북쪽에 정착촌을 짓고 거주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신세계를 본 유럽인은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노르웨이에 근거를 두고 무역을 벌이던 뱌르드니 헤르욜프손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만나러 그린란드로 항해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항로를 벗어났다. 그는 그린란드 대신에 짙푸른 숲과 초록의 언덕이 있는 새로운 땅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긴 선원들은 배에서 내려 탐험을 하자고 부추겼지만 헤르욜프손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그린란드 쪽으로 항로를 다시 잡았다. 그가 약속보다 호기심에 더 이끌렸다면 아마 신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됐을 것이다.

이 책은 호기심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핀다. 천재 원숭이라 불렸던 칸지는 상징 기호들로 이뤄진 키보드를 조작해 연구원들과 의사소통을 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이 없었던 것은 ‘왜’라는 호기심을 갖지 못했다는 점, 서구에서 암흑기로 치부되는 중세에는 호기심을 죄악시해 성 아우구스티누스마저 “신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했다”고 한 얘기 등 호기심과 관련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관심은 지금 호기심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호기심은 기본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의문에 대해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로 우리가 원하는 답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즉문즉답의 시대에 과연 호기심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저자는 호기심을 잃지 않는 7가지 방법을 제시하지만 당장 실행 가능하게 구체적이진 않다. 결국 독자가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는 수밖엔 없을 듯.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큐리어스#호기심#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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