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자연의 순환 속에 놓인 나 자신을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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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펴낸 안상학 시인

안상학 시인의 시편들은 멀리 있지 않다. 시인은 “내 시는 쉽다. 그러나 행간을 넓게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실천문학사 제공
안상학 시인의 시편들은 멀리 있지 않다. 시인은 “내 시는 쉽다. 그러나 행간을 넓게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실천문학사 제공
안상학 시인(52)의 새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를 펼치면 애잔하면서도 따스한 풍경들과 마주한다. 욕심 없이 어느 뒤뜰에 쪼그려 앉아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을 만난다. 시인은 6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철들면서부터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우주와 자연의 순환 속에 고스란히 놓인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번 시집은 그런 깨달음으로,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미래는 미래대로 바로잡아 보는 과정이었다. 그런 마음을 노래했다.”

우리 생에는 끝없는 시작과 수많은 끝이 꼬리를 물고 있다. 표제시에는 순환의 고리 속에서 회환과 반성, 자기 긍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인이 그려진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려야 했네/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중)

시인은 호박과 고추, 고들빼기 꽃, 귀뚜라미처럼 땅에 사는 것들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외로운 인생이야말로 자신과 이웃에게 진실할 수 있다. 순리대로 사는 법을 알게 된다.

‘나는 오늘도/쪼그리고 앉아야만 볼 수 있는 꽃의 얼굴과/아주 오래 아득해야만 볼 수 있는 나무의 얼굴에 눈독을 들이며/제 얼굴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얼굴’ 중)

“자연의 흐름에는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내 삶의 모습과 닮은, 혹은 같은 자연의 모습에 기대어 감정을 이입해 보게 된다. 거기서 나를 읽어가며, 나를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가는 길이다.”

시인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잃고 가난과 가족 해체를 경험하며 절망했다. 그때 소년을 위로해준 것은 시였다. 이후 그는 시를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았다고 했다.

“나는 내 인생의 봄날에 시를 뿌렸다. 잘 자랄지 조바심도 났고, 더러 그 자리를 떠나기도 했지만 내 인생의 농사는 시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를 쓰며 사는 게 힘들었지만, 그 시로 인해서 나를 지탱할 수 있었다. 시 농사만 지었기 때문에 내 시의 결과물을 사랑한다. 그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안상학#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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