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맞은 김광균 미발굴 詩 ‘햇빛’

  • 동아일보

‘추첩’ 등 10편 실은 문학전집 출간
시평-좌담 등 산문 20여편도 게재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와사등’과 ‘성북동 비둘기’의 시인 김광균(1914∼1993)의 시와 산문이 다수 발굴됐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와 오영식 ‘근대서지’ 편집장이 펴낸 ‘김광균 문학전집’(소명출판)에는 기존 전집이나 선집에서 볼 수 없었던 시 10편이 새로 수록됐다. 산문시 ‘추첩(秋帖)’(1938년), 3·1절 기념시 ‘삼일(三一)날이어! 가슴아프다’(1946년) 등 시인의 초중기작부터 ‘성군도(星群圖)’와 ‘가을바람의 노래’(이상 1989년) 같은 말년작도 포함됐다.

‘고려시보’에 발표된 ‘추첩’은 가을 저녁의 애상적 분위기를 그려낸 시로 모더니스트로서 낭만적 이미지즘을 추구한 시인의 특징이 잘 드러난 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2년 뒤 발표된 ‘추일서정’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 좌파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이 펴낸 ‘삼일기념시집’에 발표된 ‘삼일날이어! 가슴아프다’는 좌우 대립으로 어수선한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쓴 시다. ‘겨레와 겨레의 싸움 속에/나는 이 시를 눈물로 쓴다’, ‘해방의 종소리는 허공에 사라진 채/영영 다시 오지 않는가’처럼 분단의 기운을 감지한 시인의 절박함이 읽힌다.

유성호 교수는 “시인은 막역한 벗이었던 김기림이 당시 조선문학가동맹 활동을 하고 있어 기념시를 준 걸로 보인다”며 “답답한 심경을 가슴의 통증에 빗대 쓴 시가 문단의 좌우 통합을 염원했던 시인의 성정을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전집에는 작가가 쓴 시평과 좌담기사 등 미발굴 산문도 20여 편이 실렸다. 이원조 신석초 등과 함께 썼다고 전해지는 이육사 유고시집의 서문을 쓴 사람이 김광균임을 알려주는 내용과 김광균이 1980년대 후반 시인 이상의 문학비를 세우려 했음을 보여주는 편지글도 수록됐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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