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장면. 위 사진은 주로 오전에 열리는 바둑 연구모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지현 4단, 유창혁 감독, 김채영 2단, 여자상비군 주장 김혜민 6단, 오유진 초단 그리고 신진서 2단. 아래 사진은 자체 리그전. 앞줄 왼쪽에는 안성준 5단과 박정환 9단이, 뒷줄 왼쪽에는 류수항 3단과 김정현 4단이 대국하고 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한국기원이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를 가동한 지 3주가 지난 26일. 한국기원 4층에 있는 ‘상비군 훈련장’을 찾았다. 바둑 상비군은 유창혁 감독과 최명훈 코치, 김성룡 전력분석관을 코치진으로 하고 국가대표와 상비군 등 선수 33명으로 구성됐다. 2010년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으로 국가대표체제를 운영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상비군체제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훈련장은 여느 스포츠종목 훈련장 못지않게 열기가 가득했다. 규율도 엄격했다.
26일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기사들이 속속 자리에 앉았다. 중국 갑조리그에 출전 중인 일부 기사들을 빼고는 거의 모두 참석했다. 훈련은 오정아 2단이 일어나 “오늘 하루도”라고 선창하고 다른 기사들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를 후창하면서 시작됐다. 김 분석관은 “젊은 기사들이 많아 국가대표라는 정신자세를 가다듬고 축구 국가대표처럼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세리머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은 “바둑실력 빨리 느는 법”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해보자고 제의했다. 먼저 최명훈 코치는 “무엇보다 자신감 있게 둬야 한다”며 “내가 둔 이 한 수가 최선의 수라는 자신감이 곧 실력”이라고 말했다. 가장 어린 신진서 2단(14)은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안성준 5단은 “사활공부를 해야 한다”, 신민준 2단은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김진휘 초단은 “실력이 센 기사와 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항 3단은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는 이날 지각해 벌금 1만 원을 물어야 할 처지였다.
상비군 훈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전에는 주로 연구모임을 갖고 오후에는 실전 리그전을 펼친다. 이날은 오후에 천원전 예선에 출전하는 선수들 때문에 약간 다르게 운영됐다. 출전 선수들은 오전에 연구모임에만 참석했다. 기사들은 신수를 놓아보면서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최 코치와 유 감독도 옆에 앉아 조언을 했다. 예선전 출전선수들은 오후 5시 이전에 승패가 결정 나면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나머지 기사들은 3개조로 나눠 리그전을 시작했다. ‘국가대표 및 상비군 A조’와 ‘상비군 B조’, 그리고 ‘여자상비군과 육성군’조다. 상비군 A조는 국가대표인 박정환 9단과 강동윤 9단을 포함시켜 리그전을 펼쳤다. 랭킹 1위 박정환은 이날 안성준과 대국했다. 그는 누구보다 훈련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조혜연 9단(29)도 “상비군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데 솔선수범하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련에 몰두하기 위해 ‘바둑 교육’도 접었다.
리그전에는 일종의 승강급(乘降級)제가 도입됐다. 상비군 A조에 있던 한태희 3단과 상비군 B조에 있던 김진휘 초단이 성적이 나빠 각각 상비군 B, 여자상비군조로 떨어졌다. 반면 육성군에서 7전 전승을 거둔 김명훈 초단은 상비군 B조로 승급했다.
6월에는 전체 리그전을 펼쳐 실력에 따라 조 편성을 다시 한다. 9월에는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를 방출하고 새 멤버를 받아들일 예정이다.
유 감독은 “상비군 체제를 운영하면서 공동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며 “30명 정도가 정상급인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젊은 기사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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