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시인의 사랑’ 후주 속엔 못이룬 사랑의 여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 모든 꽃들이 피어날 때, 나의 마음에도 사랑이 돋아났노라….”

하이네(사진)의 시에 곡을 붙인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첫 곡입니다. 시인이 사랑에 빠졌다가 실망을 겪고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특별한 줄거리 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낭만적이죠. 그렇습니다. ‘낭만주의’가 가진 가장 순수한 뜻 그대로 이 작품은 낭만적입니다.

꽃들이 피어나는 독일의 5월은 우리의 4월 날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도 4월에 ‘시인의 사랑’ 연주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을 때 상기해 두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모두 16곡의 가곡이 이어진 이 작품은 각 곡마다 후주(postlude)를 주목해서 듣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곡의 후주가 길면서도 개성이 또렷하거든요. 후주가 무엇이냐고요? ‘전주’의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수가 노래를 끝낸 뒤 반주만 나오는 부분을 말합니다.

‘시인의 사랑’에서도 마지막 곡 ‘불쾌한 옛 노래’는 특히 유별납니다. 조와 박자까지 바뀐 새로운 선율로 2분이나 되는 긴 후주가 이어집니다. 별개의 곡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시인의 사랑’에서 후주가 이렇게 강조된 이유가 뭘까요. 슈만 자신이 피아노의 음색과 기법에 대해 잘 알았고, 부인 클라라도 피아니스트였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피아노가 ‘반주’를 넘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싶었겠죠. 그렇지만 그의 여러 가곡집 중에서도 ‘시인의 사랑’의 후주는 특히 돋보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여운이 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까요.

19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줄리어스 드레이크 반주로 ‘시인의 사랑’을 노래한다는 소식은 들으셨죠. 18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바리톤 송시웅 독창회에서도 같은 곡이 연주되는데, 반주자의 이름이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이날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는 세계 가곡 반주계에서 우뚝한 인물로 바리톤 보 스코부스가 노래한 ‘시인의 사랑’ 음반과 올라프 베어가 노래한 슈만 가곡집에서도 반주를 맡았습니다. 27일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테너 김재형이 문정재 피아노 반주로 ‘시인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하이네#시인의 사랑#불쾌한 옛 노래#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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