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새파란 봄하늘 살랑살랑 바닷바람… 최고의 국수를 만든다, 최고의 손맛이 묻어난다
동아일보
입력 2014-04-12 03:00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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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인네의 치맛자락이 살랑살랑, 하얀 실타래를 풀어 놓은 것 같은 국수도 함께 살랑살랑. 제일국수공장 앞바다에서 샛바람(북동풍)을 안고 바다향기를 솔솔 불어주니 국숫발이 서서히 단단해집니다. 최고의 국수를 만들어 주는 샛바람은 ‘고마운 바람’입니다. 국수 반죽 소금간과 물의 양은 계절, 날씨, 바람에 따라 매일 달라집니다.
제일국수공장 이순화 씨는 45년 동안 손가락으로 반죽 간을 보며 매일 20kg 밀가루 20포대(약 1000명 분량) 이상을 일일이 주물럭주물럭 반죽을 치대고 면을 밀어냅니다. 하얀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은 듯, 가느다란 국숫발이 모습을 갖춥니다. 손등에 굳어버린 반죽과 밀가루로 범벅된 몸을 털어 낼 틈도 없습니다. 그늘방으로 옮겨 18시간을 2차 숙성시키면 국숫발에 탄력이 생기죠. 이제 다시 마당으로 옮겨진 국수가 해풍에 10시간 더 바짝 마르고 나면 짭쪼름한 맛이 더해집니다. 한올 뚝 끊어 한입 맛보면, 입안 가득 바다맛이 들어찹니다.
전국에 있는 수제국수는 제각각 맛과 부드러움이 다르지만 해풍에 말린 국수는 입술에 닿는 순간 부드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최고의 국수인 거죠. 이 씨의 휘어진 손가락과 깊게 파인 얼굴 주름, 고단한 삶이 엿보입니다. ‘국수장인’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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