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1200도 열기가 빚은 찬란함… 질박함의 매혹, 옹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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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찰싹’
옹기벽을 고르게 두들기며 물레질을 한다.
도공의 숨결과 혼(魂)이 깊숙이 스며들며
투박한 손길로 1000번 이상을 매만진다.

누가 청자와 백자만 ‘천년의 숨결’이라 불렀을까.
옹기는 우리에게 불로초(不老草)와 같다.
겉과 안은 투박하고 순박한 흙이지만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아 저장과 발효를 해준다.
청자, 백자 그까짓 것 부럽지 않다.

여인네의 입술과 비슷한 막걸리 옹기 주둥이에
울산 울주군 허진규 옹기장(울산 무형문화재 제4호)이
조심스레 입을 갖다 대고 막걸리를 걸쭉하게 들이켠다.
한 모금… 한 모금….
도공은 안정감을 주기 위해 두 손으로 꽃과 풀을 그린다.
물결무늬, 난초무늬, 용수철무늬….
1주일 동안 1200도의 화목(火木)에서 자신을 뜨겁게 데우고 나면
한국 고유의 매혹적인 허리와 선(線)이 빛을 낸다.
눈이 부시다.

울산 울주군에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옹기#청자#백자#옹기장#허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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