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兩金목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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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통합, 정당 합당보다도 어렵다는데… 서울 강일동 서울수림교회의 ‘기적’

개신교계에서 드물게 통합에 성공한 서울수림교회 김상기 담임목사(왼쪽)와 김동진 원로목사가 교회의 자랑거리인 파이프오르간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들은 “통합 전 두 교회가 편안함과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자세로 주변의 이웃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개신교계에서 드물게 통합에 성공한 서울수림교회 김상기 담임목사(왼쪽)와 김동진 원로목사가 교회의 자랑거리인 파이프오르간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들은 “통합 전 두 교회가 편안함과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자세로 주변의 이웃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일부 대형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한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개신교계에서 23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통합을 선언했던 서울 강동구 강일로 수림교회(김동진 목사·71)와 서울중심교회(김상기 목사·54)가 이날 통합 감사예배를 올린 것. 29일 낮 12시에는 김동진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 및 김상기 목사의 담임목사 취임 예배가 예정돼 있다.

교회 통합은 개신교 전래 초기나 교회 개척 단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두 교회의 통합은 교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26일 두 교회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출발하는 서울수림교회에서 ‘양김(兩金) 목사’를 만났다.

―어떻게 정당 합당보다 어렵다는 교회의 통합을 이뤘나(웃음).

“원로목사님 얘기부터 들어야.”(김상기 목사)

“우선 하나님의 뜻이다. 담임목사님을 통합 이전에 제대로 본 적이 없었지만 한 번 오셨을 때 그대로 마음이 통했다.”(김동진 목사)

“아무리 사심 없어도 교회 건축까지 끝냈으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30년 넘게 한 교회서 목회를 했으면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로목사님께서 흔쾌히 마음을 비우셨다.”(김상기)

―건축 기간에 이웃교회를 빌려 쓰는 경우는 있어도 통합 소식은 최근 들은 적이 없다.

“맞다. 오래전에는 통합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드물다.”(김동진)

“신자가 20, 30명으로 개척 상태라면 몰라도 성인 기준 200여 명(수림교회), 300여 명(서울중심교회)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교회에서는 없었던 일 같다.”(김상기)

서울수림교회 전경. 서울수림교회 제공
서울수림교회 전경. 서울수림교회 제공
이전 두 교회는 직선거리로 약 5km 떨어져 있다. 2011년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교회 건축을 끝낸 수림교회는 지난해 김동진 목사의 은퇴에 앞서 후임 목사를 찾고 있었고, 공간을 임대해 교회를 운영하던 서울중심교회는 교회 건축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빙 소식을 들은 김상기 목사가 지난해 10월 수림교회를 찾아 통합을 제안했다. 수림교회는 건축으로 생긴 부담을 나누고, 서울중심교회는 교회 건축이 필요 없는 ‘윈윈’이었다.

―통합 과정은 어땠나.

“통합 논의 뒤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초 두 교회의 공동의회에서 통합안이 통과됐고, 12월 25일 첫 공동예배를 가졌다.”(김동진)

“통합 논의 때 목사님께서 혼자와도 좋고, 교회 전체가 와도 좋다고 하시더라.”(김상기)

“이전부터 건너편 교회에 훌륭한 목사님이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대화해 보니 신학과 목회, 선교관에서 공통점이 많았다.”(김동진)

―경제적인 이유 말고 무엇 때문에 통합이 가능했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현재 교계에는 비생산적인 면이 많다. 교회들이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어려움을 그대로 감수한다. 목회자들이 어느새 생긴 편안함과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김상기)

“목회자 입장에서 통합하면 분명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김 목사님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김동진)

―그래도 어려움은 없었나.

“입만 열면 사랑과 포용을 얘기하는 교회가 이 정도도 못하면서 무슨 사회를 향해 봉사하고 사랑을 얘기할 수 있겠나.”(김상기)

“이제 어려움을 넘어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원로목사로 요한 봉사단을 통해 성경통독운동을 벌이고, 음악 선교에도 힘을 쏟고 싶다.”(김동진)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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