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靑馬의 해 활짝… ‘마구간’에서 게으름만 피울 건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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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궁궐-박물관서 즐기자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조랑말을 타보는 체험 프로그램과 죽마놀이 등 말과 관련된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여러 궁궐, 종묘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설이나 추석 명절 서울에 남아 운전하는 이들은 자주 되뇌는 말이 있다.

“아, 평소에도 길이 이렇게 잘 뚫렸으면!”

기왕지사 어디든 편히 갈 수 있다면 가까운 궁궐이나 박물관을 찾아보자. 알찬 행사들이 대체로 무료고, 돈을 받더라도 가벼운 경비로 한나절을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올해는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가 아닌가. 마구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말은 신나게 뛰어다녀야 제맛이다.

‘명절 행사의 강자’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도 풍성한 놀이마당을 많이 준비했다.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나흘 동안 4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부 복주머니나 대나무 단소 만들기 체험은 재료비 차원에서 1000∼7000원 돈이 들기도 한다.

북청 사자 놀음.
북청 사자 놀음.
개중에는 청마(靑馬)의 해에 맞춰 다양한 말 관련 행사들이 눈에 띈다. 나흘 내내 배움터 앞마당에서 조랑말 타기 체험 행사가 있다. 물론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오촌댁 앞마당에서는 ‘죽마(竹馬·대나무 말)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죽마는 삼국유사 탑상편(塔像篇)에 관련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전래놀이.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를 뜻하는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사자성어도 있지 않나. 자녀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떠나 보자.

같은 장소에서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사가 하나 더 있다. ‘추억의 말 장난감’으로 흔들 목마나 ‘호핑(hopping) 말’ 같은 말과 관련된 장난감 놀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청말 무늬가 있는 한지로 쟁반 만들기 △말 모양 캐릭터 선착순 선물 △말띠 관람객을 위한 복조리와 군것질 거리 증정 △마구간을 주제로 한 관람객 쉼터도 말의 해를 맞아 특별히 준비한 민속행사다.

그밖에도 다양한 행사가 즐비하다. 윷점이나 토정비결도 볼 수 있고, 연과 복조리 배씨머리띠를 만들어 보는 과정도 있다. 거피시루떡과 약과 식혜도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제기차기를 비롯해 팽이치기 투호놀이 널뛰기 고누놀이도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30일 국악과 서양음악이 어우러진 공연 ‘오색찬란’을 시작으로 사자춤과 매사냥(31일), 임실필봉농악과 전통 공연(2월 1일), 평택농악(2일)도 차례로 구경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음 달 1일 하루 오후 2시부터 ‘2014 설날한마당’을 개최한다. 열린마당에서 진행하는 제1부 ‘취고수악대(吹鼓手樂隊)의 행진과 전통 문화체험’에선 취고수악대와 사물놀이 팀이 악기를 연주하며 신명나는 풍물 공연을 선보인다. 취고수악대란 조선 후기 군영에서 연주하던 병사들로 지금의 ‘군악대’를 뜻한다. 버나놀이와 죽방울놀이 사자탈춤 상모돌리기로 이어지는 기예들이 펼쳐지고, 관객들과 한바탕 어우러진 강강술래로 마무리한다.

오후 3시부터 대강당에서 개최되는 ‘절대가인의 한판수다’는 창극 형태의 공연.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만난 며느리들이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엮었다. 명절 때 여느 가족이라도 겪을 법한 진솔한 이야기가 공감대를 자극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극장 용 홈페이지(theateryong.or.kr)에서 사전 예약해야 하며, 무료지만 만 7세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다.

궁궐 행사도 챙겨 보자. 31일 설날 당일에는 창덕궁 후원을 제외한 서울의 모든 궁궐과 종묘를 무료 개방한다.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에서 ‘온돌 체험 및 세배 드리기’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창경궁은 30일 오전 9시부터 숭문당에서 ‘설맞이 무의탁 홀몸어르신 초청’ 행사를 열고, 덕수궁 함녕전 앞에서는 30일∼다음 달 2일 전통 민속놀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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