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작가 “작은 기쁨, 크게 생각하며 살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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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화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저자 마스다 미리 e메일 인터뷰

한국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마스다 미리 작가는 사진 대신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려 보내왔다.
한국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마스다 미리 작가는 사진 대신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려 보내왔다.
아내 치에코 씨와 남편 사쿠짱은 가끔 티격태격해도 사이좋은 11년 차 부부다.

치에코 씨는 회사 비서로 일하고 사쿠짱은 집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한다. 아내가 퇴근하면 부부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만난다. 둘은 슈퍼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저녁 메뉴를 정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아내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나면 “오늘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고, 그런 아내를 남편은 사랑스러워하며 안아준다.

34세 싱글 여성 ‘수짱’이 주인공인 만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작가 마스다 미리(45)가 후속작으로 다정한 부부 이야기를 내놨을 때, 싱글녀들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도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1, 2권·애니북스·사진)은 출간한 지 한 달 만에 1만5000부가 나갔다. 이 만화를 구입한 독자의 90%는 여성이다.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한국 독자를 위해 보내온 그림. 치에코 씨와 사쿠짱 그림 사이에 적은 일본어는 ‘감사합니다. 마스다 미리’라는 뜻이다. ⓒ2010 Miri Masuda/SHUEISHA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한국 독자를 위해 보내온 그림. 치에코 씨와 사쿠짱 그림 사이에 적은 일본어는 ‘감사합니다. 마스다 미리’라는 뜻이다. ⓒ2010 Miri Masuda/SHUEISHA
마스다 작가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부부 만화를 보고 국내 싱글 독자들이 느낀 ‘배신감’에 대해 “작품마다 독자들의 선호가 나뉘는 건 기쁜 일이다. 다양한 테마로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에서) 연재 중인 작품 중엔 여중생의 이야기, 평균 연령이 60세인 가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단편소설집은 어른의 성을 다룬 관능적 작품이죠.”

―마스다 씨는 만화 속 인물들과 닮았나요.

“저도 실패하면 바로 주눅 들거나 우울해지곤 해요. 하지만 한 번 실패했다고 제 모든 걸 부정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요. 만화 속 주인공들도 ‘나 같은 게 뭐’라는 식의 자기비하의 말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행복이란 뭘까요.

“어느 책에서 ‘행복이란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의 기쁨’이란 문장을 발견하고 ‘우와! 심플하지만 멋진 말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치에코 씨는 매일 아주 작은 기쁨을 소중하고 크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요. 저도 즐거운 일이 있으면 행복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마스다 작가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한 만화는 ‘수짱’ 시리즈 4권을 포함해 모두 9권으로 총 17만 권이 팔렸다. 대표작은 ‘결혼하지…’인데, 제목과 같은 고민을 하고 사는 수많은 싱글 여성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삶을 긍정할 줄 아는 수짱에게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작품마다 테마를 정하고 제 나름의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신작의 경우 ‘한 번뿐인 인생의 무게’가 테마예요. 치에코 씨는 ‘만약 내가 먼저 죽어도’란 식으로 자신이 사라지고 난 다음의 일을 자주 생각해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사쿠짱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남편을 사랑하는 거죠. 사쿠짱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그릴 때마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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