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뻔하지 않은 공포영화라 반해… 1, 2년은 권투에 더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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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웹툰: 예고 살인’으로 호러퀸 도전하는 복서 겸 배우 이시영

‘더 웹툰: 예고 살인’은 공포스릴러 ‘분홍신’(2005년)으로 주목받은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시영은 “김 감독이 항상 ‘어이구 잘하네’ 하며 머리 꼭대기에서 내 연기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더 웹툰: 예고 살인’은 공포스릴러 ‘분홍신’(2005년)으로 주목받은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시영은 “김 감독이 항상 ‘어이구 잘하네’ 하며 머리 꼭대기에서 내 연기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여배우인데 얼굴보다 주먹에 먼저 눈이 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나온 169cm의 키와 비교해 작지 않은 손. 하지만 한 방에 상대를 눕힐 만큼 뼈마디가 굵고 두툼한 손은 아니었다. 매니큐어 흔적조차 없는 손가락은 부러질 듯 가늘었다. 다만 여배우의 손이라고 하기에는 햇볕의 상흔이 깊이 배어 있었다.

여자 48kg급 국가대표 권투선수, 영화 ‘더 웹툰: 예고 살인’(27일 개봉)의 헤로인 이시영(31)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여배우에게 권투에 대해 먼저 묻는 게 예의가 아닌 듯했다. 그가 권투에 대한 질문을 싫어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왜 하필 공포 영화 주인공을 했느냐”고 물었다. “2011년 초 우연히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재미있어서 제작사에 먼저 전화해 하겠다고 했어요. 여주인공이 무작정 소리 지르는 뻔한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죠.”

‘더 웹툰…’은 특이한 호러 무비다. 웹툰의 살인사건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이야기로, 실사 장면 중간에 만화 장면이 겹쳐지는 화면 구성이 재밌다. 영화는 포털사이트 웹툰 편집장의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다. 형사 기철(엄기준)은 편집장이 사망 당시 보고 있던 웹툰과 똑같이 죽은 사실을 알아낸다. 이 웹툰의 작가 지윤(이시영)이 용의자로 주목받는다. 지윤은 혐의를 부인하지만 얼마 뒤 그의 웹툰과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된 두 번째 피해자가 나타난다.

그는 ‘위험한 상견례’(2011년), ‘커플즈’(2011년)에 이어 올해 2월 개봉한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유망주에서 ‘호러 퀸’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계속하고 싶어요. 헌데 한 번쯤은 (이번처럼)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원래 목소리 톤이 아주 낮아요. 로코를 하려면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하는데, 그 점이 힘들었어요.” 영화 속 그는 광기 어린 모습을 몇 번 보여준다.

2009년 ‘오감도’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이제 영화배우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스럽게 찍는 게 좋아요. 주인공이 되면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작품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스태프 모두 저만 바라봐요. 그런 책임감과 부담이 배우로서 성장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한 시간여의 대화를 마무리할 즈음, 권투에 대한 질문을 꺼내 들었다. 그는 “괜찮다”고 했다. 연기와 권투 중 어떤 게 더 좋은지 물었다. “당연히 연기가 좋죠. 다만 지금은 권투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나이를 감안하면 권투를 할 시간이 1, 2년밖에는 안 남은 것 같아요. 이 시간만큼은 (권투를) 시원하게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3년 전 불방된 방송사 단막극에서 권투선수 역을 맡은 인연으로 시작한 권투가 이제 그의 일상이 됐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새벽과 오후, 그리고 야간에 세 번 훈련을 한다. “권투는 힘들어서 훈련시간이 길지 않아요. 프로 선수들도 짧고 굵게 합니다. 새벽 훈련은 로드워크를 하고, 아직 기초가 약해 기본기 위주로 훈련해요.”

그에게 ‘여배우인데 로드워크를 하면 얼굴이 타고, 펀치에 눈가가 찢어져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상관없어요. 제가 항상 끈기가 부족했는데 권투를 시작하고 변했어요. 권투는 자신을 돌아보는 운동이에요. 스스로와의 대화죠.” 그는 링에서 자신과의 드라마를 찍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이시영#공포영화#더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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