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신문사 논설주간의 ‘작은 눈’에 비친 ‘큰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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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의 눈을 떠요/황호택 지음/280쪽·1만5000원/와이드룩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눈이 작다. 언뜻 보면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황 주간이 진행하는 채널A 시사프로그램을 처음 본 이들은 그 타이틀을 보고 십중팔구 웃음을 터뜨린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황호택의 눈을 떠요’.

프로그램 제목과 동명인 이 책은 2010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황 주간이 신문에 발표한 칼럼 가운데 56편을 골라 엮어낸 시사 칼럼집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총선 전후 썼던 글이 많아 정치 분야 글이 수두룩하지만 케이팝(K-pop)이나 반값 등록금, 대기업슈퍼마켓 등 사회·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베이비부머인 50대 저자가 가수 싸이와 소녀시대 등 젊은 세대가 이뤄낸 한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김수미, 사미자, 전원주는 쉽게 구별되지만 소녀시대 9명의 얼굴을 보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잘 안 된다”는 구세대. 하지만 ‘꼰대’는 아니다.

오히려 싸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아버지와의 불화’를 꼽고, 세상의 아버지들에게 “자식의 반항과 순종을 새 시대의 관점으로 평가하라”고 조언한다. 또 그룹 초신성의 일본 팬 미팅 공연에 방문하기도 하고, “나이든 세대가 시드는 인생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신세대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로 가끔 기를 돋울 일”이라고 말하는 쿨한 어른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오세훈 등 정치인 관련 칼럼을 읽다 보면 동아일보와 월간 ‘신동아’에서 오랫동안 인터뷰어로 활약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눈이 작다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은 것은 아니다. 황 주간의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도 든다. 작은 눈의 역설인 셈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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