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남 양형모입니다] 지저스 역 박은태의 ‘겟세마네’ 무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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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7일 07시 00분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지저스’ 박은태. 박은태는 특유의 고음과 여심을 흔드는 감성창법으로 인간적인 지저스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진제공|설앤컴퍼니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지저스’ 박은태. 박은태는 특유의 고음과 여심을 흔드는 감성창법으로 인간적인 지저스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진제공|설앤컴퍼니
공·소·남(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 양형모입니다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 - 유다, 연기·노래대결 관전 포인트
박은태 묵직한 중저음 ‘이런 모습 처음이야’
겟세마네 등 명곡…한 번 들으면 귀에 찰싹
극 막판 지저스가 채찍질 당하는 장면 ‘전율’

늘 그렇듯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는 호불호가 심히 갈리는 작품이다. 사실 태생부터가 그랬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로커처럼 보이는 지저스(예수), 히피를 연상시키는 제자들의 이미지가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극렬한 반발과 시위를 격발시켰고, 이로 인해 오히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노이즈마케팅’의 원조라고 볼 수 있겠다.

6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공연하고 있는 수퍼스타 역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 원초적인 록의 에너지, 초기 공연에 최대한 가까운 정통 스타일의 연출이 호평을 받는가 하면 반대로 휑하게까지 느껴지는 무대, 영어가 섞인 가사에 대해 볼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 ‘소름고음’ 박은태, 지저스 맡아 ‘중저음’ 폭발

수퍼스타는 잘 알려져 있듯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음악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아이다’, ‘라이온 킹’의 작사가 팀 라이스가 손을 잡은 초기작이다. 지저스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 직전의 사건들을 ‘새롭고’, ‘도발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록 음악을 그럴싸하게 입혔다. 두 천재가 파릇파릇했던 20대 시절에 쓴 작품인 만큼 전곡에 걸쳐 에너지와 감성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넘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지저스와 유다. 두 사람은 연기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노래로도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지저스를 맡은 박은태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쉬쉬하며 개발해 온 비장의 무기를 선보였다. 바로 묵직한 중저음의 폭발. 박은태는 ‘강철성대’, ‘절정의 고음’, ‘소름돋는 미성’으로 불리며 노래 잘 하는 배우로 꼽혔지만, 정작 본인은 ‘고음’, ‘미성’에만 한정되는 듯한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1년 전 인터뷰에서 “실은 중저음을 연습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던 박은태는 과연 이번 지저스에서 박격포가 울리는 듯한 강렬한 저음을 드러냈다. 덕분에 그의 노래는 한결 더 드라마틱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설득했다.

유다 역의 김신의는 KBS 2TV 오디션 프로그램 ‘TOP밴드2’에서 4강까지 진출한 모던 록밴드 ‘몽니’의 리드보컬. ‘홍대의 미친 성대’라는 별명답게 강렬한 록창법과 무대매너로 관객을 ‘스탠드 업’ 시켰다.

● ‘겟세마네’ ‘어떻게 사랑하나’…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명곡들

명작에는 명곡이 따르는 법. 수퍼스타에도 한 번 들으면 귀에 철썩 들러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불후의 명곡들이 있다. “왜 내가 죽어야 합니까”하며 절규하는 지저스의 처절한 마지막 기도 ‘겟세마네’, 유다와 코러스가 부르는 ‘수퍼스타’, 귀를 자극하는 록음악 속에서 한 떨기 수선화처럼 청순하게 울려 퍼지는 막달라 마리아의 ‘어떻게 사랑하나’ 등이 대표적이다.

박은태는 자신의 능기인 고음을 샤우팅에 얹어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겟세마네’를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애절한 느낌의 곡을 소화해내는 능력이라면 박은태가 최고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여자의 마음 속 깊은 구석의 무언가를 쿡 움켜쥘 줄 아는 소리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족 팁 하나. 극 막판에 지저스가 로마병사들에게 39대의 채찍질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이 흐르고 빌라도가 한 대 한 대 매의 수를 셀 때마다 지저스의 등에 핏자국이 늘어간다. 상당히 자극적이고 전율을 넘어 공포마저 느껴지는 장면. 그런데 채찍신만큼은 박은태와 함께 지저스를 맡은 마이클 리 쪽이 더 관객(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소문이다. 마이클 리의 등 근육이 장난이 아니라나 뭐라나.

■ 양기자의 내 맘대로 평점

감동 ★★★★ (채찍질을 당한 지저스가 십자가를 지고 핏빛길을 오르는 뒷모습에선 그만 눈물이 주르륵)
웃음 ★★☆☆ (가수 조권이 맡은 ‘헤롯왕’은 ㅋㅋㅋ)
음악 ★★★★ (록이냐, 오페라냐! 최고다!)
무대 ★★☆☆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 무대, 그래서 별점도 두 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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